정현두 / 전 묘량면장

알이 차기 시작한 벼가 서서히 고개를 떨구고 있는 들녘을 돌아 도착한 묘량면 영양리 영촌마을. 이곳에서 전 묘량면장을 지낸 정현두(72)씨를 만났다.
잘 정돈된 화단과 마당이 주인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들어선 현관 앞에 놓여진 검정고무신이 그의 일상과 정겨움을 담아내고 있었다.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데 뭐 하러 왔어.” 말은 툭 내뱉었지만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한 정 씨는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자연을 벗 삼고 있다.
영광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1963년 공직에 입문해 백수읍사무소 재무계장, 불갑면사무소 부면장 등을 지낸 정 씨. 그는 1983년 묘량면사무소 면장으로 부임해와 10여년간 고향을 이끌다 1993년 정년퇴임했다.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시던 면장님은 윗사람 보다는 아랫사람들을 먼저 챙기시는 마음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회식자리에서도 가장 말단인 저에게 먼저 술을 건네시곤 하셨으니까요.” 정 씨를 상사로 두고 환경미화원으로 일했던 한 기능직 직원의 말이다.
이처럼 정 씨는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구분없이 직원 전체를 아우르는 배려 넘치는 상사였고 진실이 통하는 선배로 후배공직자들은 그를 기억하고 있다.
또 마지막 퇴임을 맞은 묘량면에서는 지역특성상 빈부차이가 나는 마을들중 잘사는 마을보다는 살기가 어려운 마을을 먼저 찾아갔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주민들을 위한 면정을 꾸려 주민들 마음속에 고맙게 자리하고 있다.
6남1녀중 넷째로 태어난 정 씨는 맏형이 영광교육장 등을 지낸 교육자였고 교육행정직, 묘량면번영회장 등을 지내는 동생들과 형제간의 깊은 우의를 나누며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가 농협에 근무하고 딸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공직생활을 하는 등 1남4녀의 자녀들도 바르게 성장해 모두 출가했다.
“화초를 가꾸는 마음으로 농사를 조금 짓고 있다”는 정 씨. 그는 2,000여평의 논농사를 지으며 틈나는 데로 평생 반려자인 아내와 산행을 하면서 건강을 지켜가고 있다.
후배공직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부탁받은 정 씨.
그는 “요즘 공무원들은 우리시절보다 훨씬 영리하고 사려가 깊음으로 알아서 처신을 잘 할 것이라 본다”며 “무엇보다 훗날 뒤를 돌아보았을 때 부끄럼이 남지 않는 생활을 중요시한다면 무리없는 공직생활이 될 것이다”고 일축했다.
정 씨를 만나고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은 정 씨의 소탈하고 인자한 모습 때문인가보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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