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례 <군서면 매산리>

깨끗이 정리된 마당 한켠에서 직접 손질해 빻은 고춧가루를 도시의 고정거래처에게 보내기 위해 포장이 한창인 김경례(62)씨. 자그마한 체구에 평범한 농촌여성처럼 보이는 그는 5남2녀의 큰 며느리로 시집와 슬하에 3남을 두고 있다.
가난한 집안에 시집와 일찍부터 고생하며 살아온 김 씨는 농사를 짓고 한우를 키우며 억척같이 살아왔다.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을 영광읍내 노점에서 파는 것은 물론 돈이 되는 일이라면 그는 무엇이든지 닥치는 데로 했다.
뿐만 아니라 30대중반 결혼전 잠깐 배웠던 바느질을 광주까지 오가며 다시 배워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바느질을 해 가족 뒷바라지를 했다.
“무엇이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고 자신을 설명하는 김 씨. 그는 “농사지을 땅 한평 없는 가난한 여건속에 살아가려면 열심히 하는 길 밖에 없었다”며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녀들도 신문배달 등을 하며 어렵게 공부했다”고 가슴아파했다.
30여년 전부터 원불교에 적을 두고 있었지만 고단한 일상으로 자주 다니지 못했던 김 씨는 요즘 교전노트를 작성해 나갈 정도로 성실한 교도로 믿음생활도 열심히 수행중이다.
또 삶에 파묻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세심히 돌아보지 못한 이웃과 친지들을 찾아보며 따뜻한 정을 나누며 더불어 살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300여평에서 지은 고추밭에서 200여근 넘게 고추를 수확해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김 씨는 “30년 넘게 고추농사를 지어왔지만 올해처럼 농사가 잘 지어진 것은 처음이다”며 “날마다 밭을 오가며 정성 들여 농사지은 남편 덕분에 올해는 수입이 짭짤할 것 같다”고 자랑을 연신 늘어 놓았다.
본인의 정성과 노력의 결실임에도 공을 남편에게 돌리며 자신을 낮추는 김 씨는 가진 것이 넘치는 풍요로움은 없었지만 평생 고생해 일궈온 삶의 뒷자락을 감사한 마음으로 베풀며 살고자했다.
김 씨와 원불교를 함께 다니며 교리를 함께 공부하고 있는 한 이웃은 “시집와 살면서 시부모 시동기간 모두 돌보며 고생을 많이 했다”며 “타고난 딱부러지는 성격에 무슨 일을 해도 야무지게 하는 억척스런 사람이다”고 김 씨 표현했다.
정성스레 포장한 고춧가루를 실러 온 택배기사에게 부부가 아껴둔 간식, 바나나를 친절하게 건네는 김 씨는 오랜 세월 삶의 무게로 힘겹게 살았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부지런함으로 나눔을 정겹게 그려가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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