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파도와 모진 바람이 힘겹지만 바다는 삶의 터전”
“거센 파도와 모진 바람이 힘겹지만 바다는 삶의 터전”
  • 영광21
  • 승인 2009.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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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덕 <낙월면 안마도>
가을바람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는 가운데 가을바다도 출렁임이 높다.
전복, 해삼, 꽃게, 한우, 지네주 등의 특산품이 유명한 낙월면 안마도. 이곳도 깃든 가을이 푸른 바다를 깊게 물들이고 있다.

꽃게잡이가 한창인 이곳에서 만난 장순덕(53)씨. 남편과 바다를 다녀온 그는 잡아온 꽃게를 도매상인에게 넘기고 다음 출항을 위해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바닷바람에 그을린 얼굴이 건강해 보이는 그는 안마도에서 나고 자라 20살에 남편을 만나 결혼해 살고 있다.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올봄 큰아들을 결혼시켜 새 며느리를 맞이한 그는 어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어부의 아낙으로 고향에 남아 한평생 살고 있는 것.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며 남편을 도와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장 씨는 한 때는 선원을 두고 대하를 잡기도 했지만 지금은 꽃게잡이에만 전념하고 있다.

장 씨는 “올해는 몇 년만에 꽃게가 많이 잡혀 어민들이 즐거워하고 있다”며 “바다에서 파도와 싸우며 꽃게를 잡는 일이 힘들고 쉽지 않지만 그래도 바다는 아이들을 길러줬고 우리 부부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고마운 터전이다”고 전했다.
안마도에서 어획되고 있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꽃게는 살이 많고 맛이 좋아 유명하며 거의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장 씨는 바람이 없고 파도가 낮은 날이면 어김없이 바다에 나간다. 4톤 선박을 이용해 이른 새벽 3~4시경 하루를 시작해 항을 출발, 2~3시간 바다와 씨름하며 미리 설치해 놓은 꽃게그물을 걷어와 상인들을 통해 전량 판매하고 있다.

또 그물에 딸려온 잡어들은 건조해 가족 친지 또는 마을주민들과 나누고 있다.
굵어진 손마디며 바닷바람에 그을린 얼굴에 패인 주름이 그동안 살아온 고단한 삶을 대변하고 있었지만 장 씨는 맡겨진 인생에 수긍하며 긍정적인 생각과 각오로 씩씩하게 바다를 헤치고 있었다.

‘대추가 붉어지려면 그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가 들어있고 대추가 둥그렇게 되려면 무서리 내리는 몇 밤, 땡볕 두어 달, 초승달 몇 날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처럼 세상사 모두가 쉬운 일이 없는 법.

“배운 도둑질이 이것이고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으니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살아야죠”라며 손질한 그물을 들고 바다로 향하는 장 씨.
30년 넘게 바다와 동행했으면서도 아직도 배멀미에 시달리며 고단한 일과를 보내고 있는 장 씨는 고요한 바다의 평온함처럼 욕심없는 행복을 소중하게 지켜가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