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마음보다는 안쓰러운 생각이 더 크지요”
“미운 마음보다는 안쓰러운 생각이 더 크지요”
  • 영광21
  • 승인 2009.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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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자 <법성면 법성리>
즐비한 굴비업체를 뒤로하고 도착한 법성면 법성리. 들어선 마당에 잘 가꿔진 화초들이 집안의 생기를 대신하고 제일 먼저 마중 나온 강아지의 애교가 가족간의 사랑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정정자(52)씨 집.

인사를 나누며 들어선 거실에는 몸이 불편해 보이는 어르신이 며느리인 정 씨의 시중을 받으며 평온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스무살 중매로 전북 고창 해리에서 3남4녀 큰며느리로 시집온 정 씨. 그는 32년간 시아버지를 봉양함은 물론이고 시집와 넉넉지 않은 형편속에 고만고만하던 시동생들의 학업과 결혼 등의 뒷바라지를 하며 살아왔다.

게다가 10여년전 갑작스레 시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시중에 고생이 많다. 이처럼 몸이 불편한 시아버지를 돌보면서도 마을 노인들에게도 늘 친절하고 공손해 칭찬이 자자한 정 씨는 지난 4월 법성면민의날 효행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일제시대 때부터 건축일을 하셨던 시아버지는 미천한 막노동일지라도 원칙과 양심을 지키는 철저한 소신으로 평생 건축일을 하셨다”고 시아버지를 설명하는 정 씨.
그는 “꼼꼼하고 완고한 성격 탓에 힘들 때도 있었지만 시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하나도 없다”며 “비록 몸이 불편하시더라도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고 오래 사셨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시아버지가 몸은 불편해도 정신이 온전한 터라 대·소변 뒷바라지나 목욕 등의 수발에는 어려움이 있어 정 씨의 남편이 사업장을 오가며 도와주고 있다.
또 직장생활을 하는 정 씨의 아들이 틈나는 대로 할아버지 시중을 들어 주변을 감탄하게 하고 있다.

정 씨는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할아버지에게 워낙 잘 하지만 자식들에게 부모보다는 할아버지에게 더 잘하라고 늘 말하고 있다”고 자녀들에 대한 가르침을 전했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부모의 효와 성실함을 그대로 배운 정 씨의 1남2녀 자녀들도 할아버지에게 정성을 다하고 있다.
또 10대중반부터 아버지에게 일을 배워 건축사업을 하고 있는 정 씨의 남편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집수리 봉사활동 등을 펼치며 사랑을 전달하고 있어 ‘부창부수’의 귀감이 되고 있다.

본인도 14년 전부터 당뇨병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못한 상황속에서도 타고난 부지런함으로 이른 새벽 굴비 엮걸이를 다니는 등 매사 열심인 정 씨.
그가 뿌린 효성의 결실이 큰 보람으로 거둬질 날을 기약하며 뿌듯한 발길을 돌려본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