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옥순 <불갑면 금계리>

아침햇살이 조용히 드리운 큰 항아리 옆에서 농부들의 한해동안 수고로 수확된 누런 콩을 손질하고 있는 주인장 양옥순(51)씨. 예년보다 조금 일찍 찾아온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모자를 눌러쓰고 스카프를 두른 모습이 일을 하려고 단단히 채비를 한 모습이었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의문 대상이었던 양 씨의 집은 6년전부터 터를 닦고 기둥을 세워 그 위에 황토를 여러번 덧발라 지어 3년전 입주한 오리지널 황토가옥이었다. 특히 전문가 도움없이 양 씨 부부의 정성으로만 지어진 집이어서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 집이였다.
“남편이 원자력본부에 근무하고 불갑 생곡리가 고향이라 이곳에 터를 잡게 됐다”라며 지금 위치에 둥지를 틀게 된 사연을 밝힌 양 씨.
그는 “남편을 따라 사택에 살다 자녀교육 문제로 광주로 옮겨가 생활하며 집을 짓기 시작해 고생도 많이 했지만 주변사람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며 “하염없이 일을 하는 우리 부부의 모습을 지나며 본 사람들은 자재를 보태주기도 했고 내부공사 기술을 조언해 주는 등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고 그간의 사연과 고마움을 밝혔다.
3년이란 대장정 끝에 완공된 집에서 팔순을 바라보는 노모를 봉양하며 살고 있는 양 씨는 지인을 통해 조금씩 나누기 시작한 된장이 맛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주문하는 이가 늘어 메주를 담기 위한 작업으로 요즘 바쁘다.
군남 포천리 죽산천마을에서 1남4녀중 막내로 태어난 양 씨는 평소 된장을 잘 담그시던 친정어머니에게 장 담그는 법을 배웠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장 담그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준 양 씨의 친정어머니는 며칠뒤 세상을 떠났고 오랫동안 간직한 손맛을 막내딸에게 전수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장 담그는 방법을 배운 양 씨는 도시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널찍한 터에 살면서 된장을 담기 시작해 주변과 나누고 있다.
“제가 장을 잘 담그기보다는 자연적인 바람과 햇볕이 된장을 맛있게 숙성시켜 주는 것입니다”라고 겸손함을 내비치는 양 씨.
그는 지금은 남편의 회사동료 부인들이나 지인들을 통해 된장을 판매하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알뜰살뜰 지어진 보금자리에서 많은 이들을 불러 모아 장도 담그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공동체험의 장을 꿈꾸고 있다.
최근은 자연주의가 대세다. 그중에서도 먹거리가 더욱 중요시 되고 있는 현대의 삶속에 맑고 깨끗한 자연을 듬뿍 담은 맛있는 된장을 담그고 있는 양 씨는 건강한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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