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을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렵니다”
“주민들을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렵니다”
  • 영광21
  • 승인 2009.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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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 23-군서면 남계리 이정희 이장
지난주에는 ‘첫눈’다운 눈이 연일 내리며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 폭설에 따른 각종 사고와 피해는 또 다른 걱정을 남겼지만 그래도 한쪽 마음의 설레임으로 행복한 한주였다.
흰 눈이 내려 더욱 한가로워진 군서면 남계리.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문밖을 넘는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정희(63) 이장.

그는 곧 모여들 주민들을 위한 점심준비가 한창이었다. 지난 5월부터 마을이장을 맡고 있는 이 이장은 평소 부지런하고 무슨 일을 해도 열정적인 사람으로 주변에 소문나 있는 열혈여성이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 백수읍 천정리에서 백수읍 최초로 여성이장을 맡아 맹위를 떨쳤던 이 이장은 여전히 마을일에 최선을 다해 주민들이 그를 무척 신임하며 따르고 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80여호에 100여명의 주민이 벼, 고추, 양파 등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남계리는 요즘과 같은 농한기에는 주민들이 모여 점심을 나누며 화목하게 지내고 있다.
이 이장이 서둘러 끓이기 시작한 된장국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흰밥, 김치, 간장게장, 나물 등 주민들 스스로 보탠 쌀과 반찬으로 차려진 밥상은 진수성찬은 아니어도 농한기의 외로움을 채워주기에는 충분한 ‘행복한 밥상’으로 따뜻함이 넘쳤다.

이 이장은 “가장 젊은 주민이 60세로 주민 대부분이 연로해 겨울철이면 모두 모여 점심을 나누고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은 저녁까지 드시고 간다”며 “이렇게 점심을 나누는 일부터 마을의 대소사에 주민들이 적극 협조해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평화로운 마을분위기를 자랑했다.

그는 또 “지난해부터 농악대를 구성해 요즘 같은 농한기에 연습을 하고 있다”며 “아직 서툰 면이 많지만 정월대보름이면 마을평안을 비는 농악을 펼쳐 마을자금도 마련하고 흥겹게 굿판을 펼친다”고 소개했다.

행정관청에 부탁하고 싶은 것
“주민들이 나이 들어 노동력이 많이 떨어지기는 해도 농사가 끝난 겨울철 소일거리가 절실하다”며 “행정에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연결해줘 소득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하는 이 이장.

그는 “농로포장이 안된 곳이 있어 농사철 불편이 많아 내년에는 농로포장사업이 마무리되길 희망한다”며 “일부 마을에서는 실시하고 있는 부부 또는 세대주 명의가 실린 문패달기사업이 우리 마을에도 추진돼 노인들의 보금자리에 대한 든든함을 남겨줬으면 한다”고 바램을 덧붙였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바라는 것이 뭐 있겠습니까. 가족과 주민이 언제나 건강하길만을 바라죠”라며 호탕한 성격답게 큰 웃음을 보이는 이 이장.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해에는 주민 모두 편안히 무병장수하길 기원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그는 환갑을 넘겼지만 군서면 소재지나 영광읍을 걸어서 다닐 만큼 건강했고 무엇보다 주민과 마을을 위한 마음이 차고 넘쳤다.
어렵던 결혼생활과 사별의 아픔을 딛고 3년전 재혼해 알콩달콩 행복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이 이장은 그가 사랑하는 남편의 외조속에 새해에도 변함없는 행보를 이을 것을 약속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