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탐방 / 청풍경로당 <영광읍>

바둑, 장기를 두며 어르신들끼리 실랑이를 벌이는 몸짓에는 우정과 사랑, 미움이 묻어나 정겨운 내음이 가득하다.
할아버지들이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보는 통에 즐거운 시간을 방해가 된 듯했지만 금방 미소를 띠며 반겨주는 모습에서 우리네 할아버지들이 떠오른다.
도동리에 위치한 청풍경로당(회장 양현용 사진)은 겹겹이 쌓인 장독과 텃밭이 있는 마당을 끼고 옥당여자경로당과 함께 하고 있다.
헷갈린 나머지 옥당여자경로당에 먼저 들른 차라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요즈음은 남자의 위상은 없어. 여자들이 대접받는 세상이야. 그래도 할 수 없지. 세상의 이치가 그렇게 변한걸”이라는 할아버지들의 책망 섞인 농에 긴장도 눈녹듯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광종합병원에서 지원해 가지고 간 귤을 할머니들과 나눠 먹길 바라는 마음에는 어려워도 콩 한쪽도 나눠먹던 선인들의 옛정이 묻어난다.
1996년 건립한 이곳은 36명의 회원들과 65~88세의 어르신들이 형님 아우하며 돈독한 정을 나누며 하루를 보낸다. 연로한 나이에도 아직도 상업에 종사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그런지 활기참과 건강함이 이곳의 자랑거리다.
넓은 마당과 2층에는 운동기구며 당구대까지 구비하고 있지만 겨울에는 추워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어 활동적인 할아버지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남는 옆 부지로 게이트볼장을 만들었으면 하는 어르신들이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미안함을 드러내며 “군에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아 항상 고맙게 생각해. 군에서 자주 들여다 보면서 뭐 필요한 거 없는지 항상 체크해. 아마 요청하면 거의 다 들어줄걸. 근데 왠지 미안하네. 노인네들 욕심 많다 할가배”하고 소극적인 반대의견도 내놓았다.
어떤 화두로 어르신들이 정신없이 여러 의견들을 내놓는 모습에 심취해 본분이 망각되기도.
정신이 없는 가운데 이야기는 항상 그렇듯이 또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어르신들은 자신이 나고 삶의 터전을 일군 곳이기에 항상 애정 어린 걱정이 많다.
“이젠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어. 이제는 자식 같은 이들이 잘 이끌어 영광이 발전하고 군민들이 편하게 잘 지내면 바랄게 없지.”
마을 어른의 진심어린 당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지선 객원기자 qsc1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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