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아픈 곳도 없고 틈틈히 소일거리로 일도 하지”
“특별히 아픈 곳도 없고 틈틈히 소일거리로 일도 하지”
  • 영광21
  • 승인 2010.02.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잠 많이 자고 이빨 없어도 고기반찬, 된밥도 소화 잘해…영광지역 100세 이상 노인 7명 생존 낙천적 삶 살아와
100세 노인들이 한결같이 규칙적인 식생활과 적당한 운동, 대화할 수 있는 상대를 행복과 장수의 비결로 꼽았다. 이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자기 일을 버리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하며 행복이란 스스로 부지런히 노력할 때 오는 ‘인생의 덤’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 100세 이상 장수 노인들은 화를 내지 않고 스트레스도 없는 낙천적 삶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살 이상 사는 장수요인은 항상 실천할 수 있는 후천적인 생활요인들과 매일 10분 이상 운동과 금연을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광 지역에도 100세를 넘긴 노인이 7명 살고 있으며 이들 노인중 대마면 성산리에서 아들 며느리와 다복하게 살고 있는 오성순 어르신을 만나 그의 일상을 함께 했다. / 편집자 주

대마면 성산리 101세 오성순 할머니

아침 7시30분경 눈을 뜬다.
젊은 시절부터 피우던 담배는 아침식사전 깔깔한 입을 헹구는 데는 그만이다.
사회적으로 금연운동이 한창이지만 오성순(101) 할머니는 그러든가 말든가 개의치 않는다.
70대 며느리(김금순·72)가 차려주는 오늘 아침 밥상은 젊어서부터 좋아했던 고기반찬과 상추쌈, 지난해 맛나게 담근 김장김치와 나물 몇가지이다. 이빨이 없어도 잇몸으로 고기를 잘근잘근 잘 씹어 먹는다. 된밥을 좋아하고 국은 그리 즐기지 않는다. 또 비빔밥은 별미로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다.

하루일과의 전반을 경로당에서 며느리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거나 낮잠을 청한다. 드라마를 즐겨보지만 가요무대와 같은 음악프로그램도 좋아한다. 또 곧잘 옛날 얘기도 많이 해 이웃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소일거리로 가끔 마늘, 땅콩을 까거나 걸레질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

귀가 안 좋아진 것도 요 근래다. 새를 쫓는 기계소리에 고막이 다쳐 그렇지 안 그랬으면 오늘 인터뷰도 할 말이 꽤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자식들이 틀니와 보청기를 해준다고 했지만 관리가 귀찮고 거추장스러워 사양했다. 양치질은 하지 않고 물로 입을 헹군다.
큰아들 임한주(77)씨는 “노인네 오래사니 별일이 다 있네. 신문사에서 취재도 오고. 껄껄”하고 호탕한 웃음이 꽤나 걸쭉하다.

“잠을 그렇게 많이 주무셔. 초저녁이면 잠에 들제. 낮잠도 솔찬히 자고. 하루에 11시간 이상은 자는 것 같어. 아무래도 장수의 비결이 잠 많이 자는 건가벼.”
경로당에서 실컷 놀고 나면 아들이 할머니를 업고 집으로 향한다. 아들 임 씨의 그런 모습은 이 마을에서 익숙해진지 오래다.

할머니에게도 소싯적은 있었다.
17살에 시집와 남편과 일찍 사별했지만 마음다독이며 긍정적으로 살아왔다. 4남1녀 자식도 벼농사와 고추농사로 남부럽지 않게 잘 길러냈다. 성격이 화통하고 활발해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일은 이골이 나게 많이 해 웬만해서는 힘들지도 않다고.

“젊어서부터 남한테 신세지는 걸 싫어했어. 또 남들한테 퍼주기는 얼마나 많이 퍼줬게. 그 때 당시에는 여자상인들이 많이 왔는데 한번도 그냥 보낸 적이 없다니까. 물건이라도 못 사면 밥이라도 항상 먹여 보냈어. 어린나이에는 그게 너무 싫더라고.”
할머니의 예전 사진들을 보여주며 말을 잇는 임 씨는 한창이던 어머니의 시절을 떠올리니 마음이 짠하다.

이제 곧 설날이 다가오니 손자, 손부며 증손자까지 올 것이다. 가족이 함께 모일 날이 많지 않으니 올해도 사진 한장으로 그날을 기념해야 한다. 그런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서운한 감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련이 많지는 않다. 증손자가 결혼하는 것까지 봤으니 여한은 없다.
그래도 가족들은 지난해보다 더 구부정한 할머니를 보며 안타까움이 컸다.
전지선 객원기자 qsc1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