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적부터 10명의 아이들 낳아 다복하게 사는 게 나의 꿈이었네요”
“처녀적부터 10명의 아이들 낳아 다복하게 사는 게 나의 꿈이었네요”
  • 영광21
  • 승인 2010.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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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나간 남편과 일곱번 대수술속에도 자녀 모두 잘 자라 셋째이자 첫 아들인 김철희군은 해병대 직업군인으로 현재 근무중
■ 일곱 남매 꿈과 희망의 이야기

‘사랑하는 김 씨들과 우리 이희자 집’
낡은 벽에 적힌 글귀가 허름한 이 집의 첫인상을 압도하며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궁금해진다.

“자궁암과 유방암으로 일곱번의 대수술을 받으며 기적처럼 살아왔다”는 이 집 주인인 이희자(49)씨는 힘든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일곱빛깔 무지개처럼 잘도 길러냈다.
“처녀적부터 10명의 아이들을 낳아 다복하게 사는 게 나의 꿈이었네요. 손가락을 꼬박 채우고 싶었는데….”
낳다 보니 이렇게 됐다는 사람은 봤어도 10명의 자식이 꿈이었다니 이 씨가 새삼 대단하다.

자! 이제 숨을 몰아쉬고 일곱남매의 “생존력 강해지고 먹을 것 밝히게 됐다”는 사연이 어떨지 한 번 따라가 보며 그네들을 소개해 본다.
첫딸은 예부터 살림밑천이라는 말이 있다. 홀로 된 어머니의 버팀목이 돼준 큰딸 김수현(25)양은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던 동신대학교를 졸업하고 집에 돌아왔다.

현재 한전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프로듀서나 방송작가로 방송계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둘째딸인 김수진(23)양의 첫인상은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앞머리로 두 눈을 감춘 모습이 큰딸도 그렇지만 둘째도 나이에 비해 앳되다. 만화를 즐겨보는 수진양은 간호조무사 자격증도 있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있다.

이 자격증을 딴 특별한 이유는 없다지만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해맑은 웃음으로 이 집을 떠나 좋은 집에서 호의호식하고 싶다고 나지막히 말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셋째는 드디어 첫 아들인 김철희(21)군. 그는 현재 근무중이다. 해병대에서 직업군인으로 듬직하게 나라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딸만 둘 낳아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다가 아들을 얻어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듬직한 아들생각에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

넷째 아들 김용희(20)군은 어릴 적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행동이 조금 어눌하다. 하지만 잘생겼다는 말에 겸손한 말도 할 줄 아는 순수한 미소 청년이다. 어머니와 항상 함께 다니며 동반자 같은 존재지만 어머니는 넷째 아들 때문에 걱정이 많은 듯하다.

다섯째 김수경(18)양은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쓰고 반항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눈을 반짝여 18살 소녀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의 꿈은 칠성급 호텔에서 에드워드 권처럼 유명한 쉐프가 되는 것이고 또 에드워드 권 같은 이와 결혼도 하는 것이다. 그는 영광에는 왜 요리학원이 없는지 불만을 나타내며 군에 건의 좀 해 달라 했다.

이쁘장한 얼굴에 미소로 일관하는 미술치료사가 꿈인 여섯째 김수민(17)양은 미술학원을 다녀본 적도 없고 변변한 미술도구도 없어 남의 미술도구로 시험을 치르고 전남예고에 당당하게 합격한 천재소녀다.

“하나님의 꿈이 있는 갈록교회로 오세요”라는 수민양의 말은 어머니를 비롯해 교회 다니는 것을 학교보다 열심히 다니는 이 집 풍경을 대표한다. 현재 교회밴드부에서 다섯째 수경양은 드럼을 수민양은 보컬을 맡고 있다.

마지막으로 막내 김진희(13)군은 쑥스러운지 말은 하지 않고 쭈뼛쭈뼛하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야구를 좋아해 야구선수가 꿈이란다. 또 누나들의 말에 의하면 밥도 많이 먹고 밥도 잘 하는 귀염둥이라고.

“우리 아이들 참 착해요. 다 효자예요.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맙습니다. 저는 괜찮은데 아이들 때문에 죽지는 못하겠고 살아야 했으니까요. 아이들에게 우리보다 못한 이들에게 배로 갚으라고 항상 가르칩니다.”
남편이 집을 나갔을 때는 동네 어르신들이 다섯째인 수경이부터 고아원에 보내라는 말도 듣었다. 그때 그랬다면 어떠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급박한 상황은 항상 이어져 왔다. 요즈음은 또 20년 넘게 산 이 집을 비워달라는 주인집의 재촉전화로 잠도 잘 못 이룬다.
현재도 군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긴 하지만 임대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는 보증금만은 절대 공짜는 아니다 싼 이자로 빌려준다면 집 해결이 될 수 있을 텐데.

어려움은 계속됐지만 하나님을 보호자로 여기며 살아온 고생스런 인생의 보상인 아이들을 보면서 그런 어려움을 오늘도 여전히 극복하고 있다. 언젠가는 또 웃으면서 이야기할 날이 있기에.
전지선 객원기자 qsc1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