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탐방 / 유봉경로당 <불갑면>

새것임을 자랑하는 외관과 여름에 유용하게 쓰일 정자 그리고 그 옆에 널려있는 소주병. 소주는 설 명절 대목에 면장이 전달해 술 좋아하는 어르신들끼리 나눠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고.
귀걸이가 인상 깊은 멋쟁이 할머니와 읍에 나가 술이 얼큰한 할어버지의 등장에 어르신들의 면모가 예사롭지 않음을 감지한 기자는 이들의 뒤를 쫓았다.
멋쟁이 할머니는 나에게 대뜸 요가가 몸에 좋단다. 70대 할머니의 요가발언은 활동적인 그의 성격과 일치한다. 할머니의 요가 하는 모습을 연상하니 새삼 연세에 비해 젊은 얼굴을 다시 보게 된다.
“여기가 생기기 전에는 줄곧 이웃마을로 요가를 배우러 다녔어. 요가하고 나믄 몸이 노글노글하니 너무 좋아. 다른 데 아픈 데는 없는디 혈압약을 10년째 먹고 있어. 천식도 좀 있고. 요가하고 싶어서 군청에 건의한 상탠디 어떻게 될지 모르겄네.”
이곳을 짓기 전에는 건너마을로 마실을 다녔다.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들 마을만의 공간이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충족되지 않은 점은 있다.
“다양한 운동기구도 있었으면 좋겠고 위험한 옆 부지도 매립해 편안한 공간조성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60대 막둥이 할아버지는 말했다.
“다들 형편 괜찮고 살만혀. 특출하게 부자인 사람도 없고 가난한 사람도 없어. 다들 긍정적이라 뭐 하자 그럼 아무 말 않고 잘 따라주고. 특히 우리 마을은 외기러기가 없네. 부부가 다 생존해 금실은 말할 것도 없지.”
마을어르신들의 뜻으로 뽑힌 강성진 회장의 마을자랑이 줄기차게 이어졌다.
오늘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일과는 똑같다.
매일 나누는 그들의 생업인 농사이야기로 정보를 공유하고 노년을 풍요롭게 만들 노인대학에 관한 이야기, 할머니의 솜씨를 발휘한 음식인 호박죽과 시루떡은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데 꼭 필요한 옵션이다.
이제는 추운날씨도 지나갔고 옷도 가볍게 입을 수 있으니 어르신들도 본격적인 활동 준비에 나선다.
농사가 풍년이면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에게 매년 자랑했듯이 항상 그러할 것이고 일하는 시간 짬짬이 이곳에 모여 그들만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니 올 한해도 무탈할 것임은 분명하다.
전지선 객원기자 qsc1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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