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에서 제2의 삶 꾸려나가요”
“영광에서 제2의 삶 꾸려나가요”
  • 영광21
  • 승인 2010.04.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명숙 <묘량면 여성귀농인>
논밭에서 새끼강아지 여럿이 뛰어논다. 마당 앞에는 바깥양반이 낚시를 좋아하는 통에 특별히 이곳 부지를 선택하게 됐다는 몽강저수지가 유유히 흐른다.
닭장 안에 닭들은 열심히 알을 만들어 내는데 여념이 없고 마을 어르신들이 결실을 보려면 오래 걸린다는 연유로 핀잔을 줬던 감나무묘목은 햇빛을 받으며 오롯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풍경이 펼쳐지는 집의 안주인인 윤명숙(58)씨는 남편의 시골타령이 절정에 이른 어느 날, 연고지 없는 영광에 귀농을 결심했다.
철저한 도시 아낙인 그가 귀농을 결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사실 쑥, 냉이도 구분 못했던 제가 시골에 살게 되다니 상상도 못했어요. 땅콩이 땅속에 나는지도 처음 알았다니깐요. 호호.”

그런 그가 1년여의 시간을 보내면서 깨도 심고 고구마, 땅콩을 심으며 철마다 무엇을 심을지 고민한다니 어느덧 시골 아낙네가 다 됐다.
활동적인 성격으로 20여년동안 살아온 안산에서도 꾸준한 봉사활동을 해오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 온 그다. 그런 그가 시골에서의 삶이 편안할리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성정을 단박에 알아본 이웃주민들이 묘량면 삼효리 부녀회장직을 권유하는 것이 싫지만은 않아 그 직을 수락했다.

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미 탓으로 노인돌보미 일을 하며 농촌의 어르신들을 이해하고 한발짝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나름대로 시골생활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아직도 도시의 북적함이 그리워 먼 산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곤 해요.”
하지만 먹거리로 병들고 끊임없는 소비를 부추기는 조급증을 부르는 도시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한 것은 매한가지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고지 없는 영광이지만 긍정적인 성격으로 힘든 일을 견뎌왔다. 그렇지만 영광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이 이앙기에 손을 다치는 큰 사고를 당한 일은 그런 그를 좌절하게끔 했다. 손가락을 잃고 대수술을 받으며 장애등급 5급을 받게 된 것은 현재도 떠올리는 것조차 싫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 통에 여유자금은 병원비로 몽땅 탕진하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생활이 지속됐다. 그럼에도 견딜 수 있었던 건 마을이장을 비롯해 많은 도움을 줬던 마을 이웃들로 인한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어딜 가나 완벽하게 좋은 것은 없겠죠. 자신이 어떤 삶을 지향하며 살기 원하는지 곰곰이 생각한다면 결정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당부를 부탁한 그의 말이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전지선 객원기자 qsc1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