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에 쌓여 북과 꽹과리 소리 좀 들어 볼 텨”
“벚꽃에 쌓여 북과 꽹과리 소리 좀 들어 볼 텨”
  • 영광21
  • 승인 2010.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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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탐방 / 서당경로당
서당경로당(회장 방일혁) 어르신들은 고추농사준비가 한창이라고 전했다. 드디어 움츠렸던 몸을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농번기 철이 점차 다가온 것이다.
이 시간이면 한창 고추농사 준비에 정신이 없을텐데 다행이도 비가 내린 탓으로 그 짬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는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모여 있었다.
어르신들의 부재에 대한 걱정을 궂은 날씨가 대신했지만 모인 어르신들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갑고 정겹다.

방일혁 노인회장의 바쁜 일정으로 거멓게 그을린 호남형 얼굴에 건장한 체구, 젊은 성기욱 이장이 손님을 대신 맞아줬다.
성기욱 이장은 “우리 마을에서 줄지어 심어 놓은 벚꽃이 만발할 때 왔으면 좋았겠다”며 “그 벚꽃을 보며 모정에 앉아 한 잔 걸치는 막걸리 맛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마을을 자랑하고픈 마음은 이렇게 벚꽃 개화시기가 지금이 아닌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시작됐다.

노인회관으로 시작된 서당경로당은 2007년 승격되며 어르신들의 내심 부담됐던 마음을 내려놓게 했다.
방 2개, 널찍한 거실, 따로 마련된 깔끔한 주방까지 어르신들이 쉬기에는 그런대로 괜찮아 보이는 구조다. 또 안마기나 운동기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읍에 신청을 해 놓은 상태라니 더욱 그 모양새는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자연마을인 진덕1리 서당마을은 1870년경 밀양박씨 박창일이 산세가 좋고 수려한 곳을 찾아다니던중 이곳에 정착해 문맹인을 가르치며 교육했던 곳이라 해 ‘서당書堂’이라 칭했다고 한다.

또 옛부터 전해 내려온 대보름 굿은 이 마을의 볼거리 중 하나였다.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노인과 젊은이들이 북과 꽹과리를 치며 함께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는 서당마을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인 것이다.
하지만 농촌 젊은이들이 감소하는 추세여서 보기 좋은 광경도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 성 이장은 어르신들의 건강을 걱정하며 “농촌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누가 농촌을 이끌어갈지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항상 걱정해오던 문제지만 마을주민들의 힘으로는 뾰족한 수가 없어 답답해 할 뿐이다.

무엇보다 현재 이 마을의 근심은 마을 초입 바로 앞이 도로여서 교통사고가 빈번한 것에 있다. 읍에 건의도 해보고 많은 강구책을 세워 봤지만 마을주민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여서 속수무책에 놓여 있다.
“우리가 늙어서 바라는 것이 뭐 있겄어.”
어르신들의 바람은 걱정거리들이 원만하게 해결돼 예전처럼만 편안하게 살고 싶은 것이라고 전했다.
전지선 객원기자 qsc1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