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38 / 백수읍 죽사2리 조경숙 이장

농사채비가 한창인 들녘을 따라 도착한 백수읍 죽사2리. 잠시 짬을 내 따스한 햇볕아래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만난 조경숙(64) 이장.
인자한 인상과 차분한 말투가 점잖게 다가오는 조 이장은 올해부터 이장을 맡은 새내기 이장으로 남다른 각오와 책임감이 넘쳐 보였다.
농협중앙회 영광군지부에서 23년간 근무하고 퇴임한 조 이장은 오랜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을 돕고 행정의 지시사항을 바르게 전달하는 가교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내와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는 조 이장은 2,000여평의 농사를 지으며 고향인 죽사2리의 책임자이자 대표로서 주민들에게 믿음을 전달하고 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백수읍 소재지 일부가 속해 있는 죽사2리는 신촌, 장동, 신정, 시내 4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됐으며 100여가구에 15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벼, 보리 등 수도작 중심의 농사와 고추 양파 등을 재배하며 생활하고 여느 마을처럼 노년층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조 이장은 “우리 마을에는 족히 700~800년을 넘은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며 “암·수 두그루의 정자나무는 착하고 순해 당산제를 지내지 않아도 마을에 해를 끼치지 않을뿐더러 여름철이면 주민들에게 훌륭한 쉼터를 제공하는 고마운 나무다”고 자랑했다.
그는 또 “마을이 뚝뚝 떨어져 있어도 농한기면 모두 모여 점심과 저녁을 나누고 평소 우의가 깊고 단합이 잘돼 항상 화목하다”며 “1년에 한번 야유회나 선진지 견학을 실시하며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고 마을분위기를 전했다.
행정관청에 부탁하고 싶은 것
“최근 군을 비롯한 각 읍면에서는 봄철 발생하기 쉬운 화재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저희 죽사2리는 마을 간의 거리가 멀어 위급상황이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하는 조 이장.
그는 “일반적인 지시사항은 발품을 팔아 전달하면 되지만 갑작스런 재난상황 등을 전달할 때는 방송이 마을마다 안돼 위기사항을 신속하게 알릴 수 없다”며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마을별 재난방송시설을 설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은 “행정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 오고는 있지만 마을을 오랫동안 지켜온 당산나무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 밖에도 여름철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정옆에 화장실을 설치해 불편을 덜어주길 희망한다”고 요구사항을 덧붙였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이장과 더불어 영농회장, 새마을지도자 등을 함께 맡아 다소 움직임이 분주한 조 이장.
그는 “발로 뛰고 직접 몸을 움직여 주민의 불편을 덜어 주도록 노력하겠다”며 “하고자 하는 일에 늘 협조해 주는 주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죽사2리는 소재지와 가까이 있음에도 혜택과 도움의 손길이 부족해 아쉬움이 커 보였지만 조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불만을 내세우기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상을 성실하게 일구고 있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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