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고향, 성실하게 지켜 따뜻함 넘치게 해야죠”
“다시 돌아온 고향, 성실하게 지켜 따뜻함 넘치게 해야죠”
  • 박은정
  • 승인 2010.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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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 백수읍 상사1리 정오균 이장
“어이 이장, 어제 번개를 맞아 우리집 전기도 안들어오구 TV도 안나와 어쩐당가.”
“우리집은 모터가 나가 수돗물도 안나온당게.”
한낮더위를 피해 모정에 모인 마을어르신들이 이장 얼굴이 보이자 요구사항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듬직한 체구와 건강한 인상으로 마을노인들이 물어온 질문에 대해 친절히 답변하는 백수읍 상사1리 정오균(52) 이장.

정 이장은 이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광주농고를 마치고 군을 제대한 20대 초반 고향을 떠나 자영업 등을 하며 타지에 살다 8년전 귀농했다.

새마을지도회장을 3년간 역임하고 지난해 1월 이장을 맡아 2년째 마을을 대표하고 있는 정 이장은 다부진 외형만큼 마을을 패기 넘치게 이끌어 주민들의 위안이 되고 있다.
농사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해 자신의 농사는 물론 연로한 마을어르신들의 일손까지 돕고 있는 정 이장은 대파 5,000여평, 벼 5,000여평을 재배하며 농사꾼으로 알차게 정착해 살고 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110여 가구에 22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농촌마을 치고는 규모가 제법 큰 상사1리는 단일 자연마을로 상촌마을로도 불린다.
대파주산지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백수읍을 대변하듯 이곳 상사1리는 대파농사와 벼농사가 주를 이루고 고추 참깨 콩 등은 식량을 뒷받침할 정도.

“시골마을에 특별히 자랑할 것이 뭐가 있답니까. 인심 좋고 주민간에 서로 화합하며 살면 되지요”라며 투박한 웃음을 보이는 정 이장.
그는“우리 마을은 옛부터 1년에 두번 정월대보름과 칠월칠석 크게 마을잔치를 열고 있다”며 “특히 정월대보름에는 주민 모두가 참여해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빌고 한해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농악놀이를 걸판지게 펼치고 있다”고 마을특색을 설명했다.

행정관청에 부탁하고 싶은 것
정 이장은 “지난 군민과의 대화에서도 건의했던 내용인데 우리 마을은 대파, 벼농사 집중지역인 노을단지 주변 농로가 포장이 안돼 비만 오면 진흙탕이 돼 주민들이 통행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예산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조속한 농로포장이 어려우면 우선 자갈이라도 깔아 불편을 다소나마 해소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사항을 밝혔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다사다난했던 오랜 타향살이를 접고 귀향한 정 이장.
그는 “사업실패 등의 현실도피처로 생각한 고향이지만 막상 내려와 살아보니 이처럼 맘 편하고 살기 좋은 곳이 없는 것 같다”며 “오랜 방황을 마치고 돌아온 고향인 만큼 제 힘이 닿는 한 마을과 지역을 위한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그는 슬하에 2남을 두고 있으며 장남은 결혼해 1남1녀의 손주까지 안겨줬다. 그리고 올봄, 긴세월속 역경의 마침표를 찍는 새로운 반려자를 만나 재혼해 행복이 쏠쏠 넘치고 있다.
법성포단오제 때 녹화돼 지난 24일 방영된 KBS전국노래자랑에서 <문밖에 있는 그대>를 열창하며 멋진 노래실력을 과시하기도 한 정 이장.
그는 지역어르신들의 믿음직한 아들로 돌아와 마을과 행정의 심부름꾼으로 성실한 행보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