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 염산면 옥실1리 정삼차 이장

고추재배가 많은 영광지역은 요즘 아낙들이 고추따기가 한창이다. 그래서인지 무더위를 헤치고 찾아간 옥실1리도 여자어르신들 찾기가 도통 어려웠다.
한낮 더위를 피해 모인 남자어르신들과 냉커피를 나누는 정삼차(51) 이장은 주민들의 만장일치로 선출돼 4년째 마을일을 보고 있다.
서울에서 목수 등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며 지냈던 정 이장은 오랫동안의 객지생활을 정리하고 15년전 고향인 이곳으로 내려와 살고 있다.
부인과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는 정 이장은 둘째아들이 자폐증을 앓고 있는 등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이용해 저소득층 집수리사업 등 이웃에 봉사하며 주변을 챙기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남기고 있다.
또 최근 영광경찰서 청소년선도위원을 맡아 지역 청소년들의 건강한 생활과 활동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신옥마을로 불리는 옥실1리는 80여 가구에 17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벼, 보리 등 수도작 중심의 농사와 고추농사가 많은 옥실1리는 몇가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농가가 영세농업으로 생활을 꾸려가 삶이 넉넉하지 않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은 풍족해 행복해 보였다.
특히 주민 대다수가 60~70대로 연로하지만 홀로 지내는 노인들이 거의 없이 부부가 해로하고 부모와 자식 또는 손주까지 2, 3대가 모여 살아 화목이 넘쳐나고 있다.
정 이장은 “우리 마을은 부모를 모시고 사는 주민들이 많아 경로효친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며 “3년전부터 매년 어버이날이면 어르신들을 초청해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음식을 대접하는 등 마을잔치를 열고 있다”고 자랑했다.
행정관청에 부탁하고 싶은 것
“봄철 저온현상으로 보리 등 일부 밭작물의 수확이 감소해 안타깝지만 이후 아직까지는 농사가 잘 지어져 다행이다”고 말하는 정 이장.
그는 “앞으로 무탈하게 농사가 잘 지어지더라도 곡식을 저장할 창고가 부족해 걱정이다”며 “농협 등 담당 행정기관의 창고 여석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마을청년회의 도움으로 설치된 야외 운동시설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특히 잡초가 무성한 바닥을 정비해 주민들의 운동공간 확보는 물론 추수시기 농작물의 건조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행정관청에 대한 요구사항을 밝혔다.
이밖에도 주민들은 마을 뒷산인 노승산 등산로개발을 간절히 희망했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우리 마을 이장은 마을을 위한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 정말 열심히 한당께. 암 그렇고 말고, 자기일 보다 주민과 지역을 위해 더 애쓰는 모습은 이미 다른 마을까지 소문나 모두들 부러워하지.”
이장의 마음착한 활동을 칭찬하는 주민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에 멋쩍은 미소를 띠는 정 이장.
그는 “어려운 사람이 어려운 사람의 사정을 더 잘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여유만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