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대다수가 집안인디 꼼짝 말고 잘 혀야지 별수 있남”
“주민 대다수가 집안인디 꼼짝 말고 잘 혀야지 별수 있남”
  • 박은정
  • 승인 2010.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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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 53 - 영광읍 월평리 김규환 이장
“지금은 비가 안 온게 고추 밭이여, 마을입구에서 우측으로 난 도로를 타고 쭉 올라 오믄 거기서 마을 아짐들하고 고추 따고 있응게 그리와.”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유쾌하다.
길 끝 막다른 곳에 위치한 고추밭에서 만난 영광읍 월평리 김규환(65) 이장.

고단한 농촌 일상이 배인 밀짚모자를 눌러쓴 모습이 밝고 건강해 보이는 김 이장은 지난 2006년부터 이장을 맡아 마을을 이끌고 있다.

“워메 우리 이장이 바람 났는가벼. 뭔 각시가 밭까지 찾아 온당가.”
이장을 닮아 덩달아 즐거운 주민들이 건네는 농담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어르신들이 따서 모아 놓은 고추포대를 어깨에 지고 나오는 김 이장은 성실 그 자체로 믿음직스럽게 다가왔다.

“태어나 한번도 마을을 떠나 본 적이 없다”는 김 이장은 5남3녀중 셋째로 태어나 평생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다.

벼, 고추, 콩 등 5,000여평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김 이장은 2남2녀의 아버지로 평범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영광종합병원과 영광교통을 지나 바로 옆에 위치한 월평리는 영광읍 시내와 인접한 마을이다.

50여 가구에 200여 주민이 살고 있는 월평리는 도심을 지척에 두고 있지만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일부 주민이 직장생활과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이 농사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영광김씨 일가들이 모여살고 있어 주민 거의가 집안친척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우의가 깊은 마을로도 소문나 있다.

김 이장은 “자자일촌인 우리 마을은 영광김씨 제각이 위치해 있고 1년에 한번 전국 종친들이 모여 단양을 지내며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고 있다”며 “일가친척이 모여 사는 관계로 협조가 잘돼 마을 일을 보는데 어려움이 없고 무엇보다 단합이 잘 되고 다른 마을보다 인심이 좋다”고 자랑했다.

행정관청에 부탁하고 싶은 것
“수시로 마을에 필요한 사항을 행정에 건의하지만 잘 들어주질 않는당게. 물론 사정이 있겠지만 말하는 주민들 입만 아프당게.”

마을에 필요한 시설이나 사항들에 대한 요구사항이 많아 보이는 김 이장은 “지난 군민과의 대화에서도 말했지만 국제주유소앞 큰 도로변과 마을을 잇는 도로가 협소해 대형차는 물론 농기계도 오가지 못하고 있다”며 도로확장을 요구 했다.

그는 또 “이뿐만이 아니라 마을 수로공정비가 덜되 비만 오면 배수로가 넘쳐 위험해 배수로 뚜껑설치가 필요하다”며 “마을회관 정화조가 고장나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빠른 수리를 요한다”고 불편한 사항을 덧붙였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이어지는 폭염, 국지성 호우 등이 수확기를 맞은 농촌을 못살게 굴고 있다. 하지만 농부들은 틈틈이 짬을 이용해 수확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더위와 맞서며 애교 섞인 푸념을 털어 놓는 김 이장.

그는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부지런한 농군으로 주민들은 보듬으며 남은 임기를 최선을 다해 봉사할 것을 약속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