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와 소외된 섬마을, 서로 의지하며 잘 살아야지요”
“육지와 소외된 섬마을, 서로 의지하며 잘 살아야지요”
  • 박은정
  • 승인 2010.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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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 낙월면 영외리 한은순 이장
처서와 추분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인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백로가 지나며 폭염과 폭우로 들끓던 여름이 꼬리를 차츰 감춰가고 있다.
여름 내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북적이던 바다가 다시 조용한 평온을 되찾고 있는 섬, 안마도. 금어기가 지나고 다시 어업활동이 시작된 이곳은 꽃게잡이 등으로 활기가 넘치고 있다.

어장을 나간 주민, 농토를 돌아보러 나간 주민, 방목한 소를 살피러 간 주민 등으로 사람 찾기가 도통 힘든 낙월면 영외리에서 한은순(52) 이장을 만났다.

4년째 마을일을 보고 있는 한 이장은 IMF로 경제가 심하게 흔들리며 나라 전체가 위기에 처했던 1997년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자 서울에서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와 13년째 살고 있다.

남편의 큰 형이 살고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 의지할 때가 없었던 한 이장은 귀향초기 공공근로사업 일을 다니기도 했고 남편과 전복사업을 하기도 했지만 사업이 잘 안되자 이후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 생활지도사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정부의 인원감축으로 그 일마저
도 지금은 쉬고 있는 상태.

바다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충남 조치원에서 2남2녀중 막내로 태어난 한 이장은 육지도 아닌 섬으로 유배 아닌 유배를 와 마음고생도 많았고 지금까지도 생활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도시에서의 무거웠던 짐을 모두 정리하고 지금은 초연한 섬사람으로 살고 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17가구에 2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단촐한 마을인 낙월면 영외리는 바다 일이나 농사일을 하는 주민들보다는 대부분 주민들이 한우를 키워 소득을 창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의 한우는 목초지에 연중 방목되며 자연 번식된 송아지는 키우고 큰 소만 판매하고 있어 육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또 주변 낚시터에서는 감성돔, 농어, 숭어 등이 잘 잡혀 연중 낚시객 등 휴양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더불어 자연산 전복, 꽃게, 지네주도 특산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 이장은 “섬마을이다 보니 여느 육지마을처럼 크게 내세울 것이 없지만 주민 서로간에 공경하는 마음은 자랑할 만하다”며 “특히 어버이날이면 마을 어르신들을 모셔와 장만한 음식을 대접하며 마을잔치를 열고 있다”고 마을행사를 소개했다.

행정관청에 부탁하고 싶은 것
“주민 모두가 연로해 몸이 여기저기 안좋지만 육지처럼 병원을 자유롭게 오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마을회관에 간단한 물리치료기구라도 설치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한 이장.

그는 “욕심을 더 내자면 운동기구도 함께 설치돼 마을주민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군대에 간 아들과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두 아들을 둔 한 이장은 자녀 뒷바라지 등으로 아직 살림에 어려움이 많지만 틈나는 데로 음식을 장만해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등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주민 모두가 아무 걱정없이 건강하게 살기만 소원한다”는 한 이장은 녹록하지 않은 정착속에서도 주민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으며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