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 오지지만 오가는 인정 만큼은 최고지!”
“산간 오지지만 오가는 인정 만큼은 최고지!”
  • 영광21
  • 승인 2010.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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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 백수읍 천정2리 이강윤 이장
가을햇살이 누렇게 익은 들녘을 평화롭게 비추는 오후, 모정에 모인 마을어르신들의 낯빛이 밝다.

“이제 벼만 수확하면 올해 농사도 다 끝나는구만. 그래서 며칠 있다가 광주로 새만금으로 한바퀴 돌다오려고 하네.”
며칠후면 떠날 야유회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은근히 기대에 부푼 마음을 내비치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만난 이강윤(69) 이장.

새마을지도자를 역임했고 이전에도 마을이장을 맡았던 경험이 있는 이 이장은 새롭게 이장을 맡아 3년째 마을일을 보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나고 자라 고향을 한번도 떠나 본적이 없는 토박이로서 남다른 열정과 정성으로 마을을 소중하게 가꿔가고 있었다.

슬하에 4남을 두고 1만여평의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고 있는 이 이장은 마주한 착하고 순한 인상 그대로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세상을 평범하게 일구며 살고 있다.
이처럼 이 이장이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천정2리는 천기마을로도 불리고 30여호에 5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구수산의 ‘구’는 아홉을 뜻하고 ‘수’는 산봉우리 숫자를 말하는 것으로 옥녀봉을 대표해 마천앞산봉, 촛대봉, 장다리봉, 대파리봉, 공동묘지봉, 밤나무골봉, 설에바위봉, 중앙봉을 일컬어 구수산으로 부른다”고 마을을 둘러싼 구수산을 설명하는 이 이장.
그는 “오지산중인 탓에 농사지을 논과 밭이 그리 많지 않아 주민 대부분이 벼와 고추 등을 재배하며 소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다”며 “특별한 농사가 없어 주민들이 풍족하게 살지는 않지만 주민 모두가 심성이 곱고 착해 마을이 항상 조용하고 평화롭다”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마을주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자랑거리인 구수산은 호랑이 아홉마리가 둘러싸고 노는 산세라 해 ‘구호산’이라 부르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의 아홉제자가 아홉봉우리에 각각 올라 기도를 드렸다고 해 원불교에서는 구수산을 ‘신성산’이라 부르고 있다.

행정관청에 부탁하고 싶은 것
“얼마전 태풍으로 모정의 기와가 몇 장 날아가 모정수리가 필요하고 1970년대 주민들의 자발적인 희사와 참여로 지어진 마을회관이 낡고 노후돼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요구사항을 밝히는 이 이장.

그는 “농사가 많지 않아 농한기 일거리도 없고 수입 또한 창출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며 “주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소일거리를 행정에서 연결해 줬으면 하고 70~80대로 연로한 주민들을 위한 목욕탕시설이 설치됐으면 한다”고 희망사항을 밝혔다.

마을을 위한 마음
“주민들의 협조로 마을일을 보는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간혹 마을을 위한 주민들의 열정이 넘쳐 다소 마찰이 발생할 때가 있어 주민간 조금만 배려하고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하는 이 이장.

그는 “주민들이 언제나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뿐이고 비록 마을은 작고 내세울 것이 없지만 항상 밝은 마음과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며 “탯줄을 묻었고 앞으로 뼈 또한 묻을 고향을 위해 힘닿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애정어린 마음을 밝혔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