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으로 주민화합 아우르는 영광군 최고 ‘맏언니’ 이장
연륜으로 주민화합 아우르는 영광군 최고 ‘맏언니’ 이장
  • 영광21
  • 승인 2010.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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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 대마면 성산2리 김경숙 이장
길가에 널어진 나락들과 나락을 비추는 하늘이 참으로 맑은 오전을 달려 도착한 대마면 성산2리.

틈틈이 나락을 젖는 어르신과 다소 젊어 보이는 주민이 잘 영근 벼를 콤바인을 이용해 수확하는 모습이 대조를 이루는 이곳 성산2리도 찾아온 가을이 청명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제가 오늘 서울을 좀 다녀 오려합니다. 애들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오려고요.”
서울에서 생활하는 자녀와 친구에게 전해줄 고춧가루며 참깨, 참기름 등을 부지런히 챙기고 있는 김경숙(71) 이장은 남편과의 서울나들이 준비로 무척 분주했다.

60대 중반 마을 이장을 맡아 6년째 마을을 돌보고 있는 김 이장은 성산2리와 인접한 전북 고창군 대산면이 고향이다.

3남2녀중 장녀인 김 이장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조부 아래서 생활하며 광주에서 전남여고를 졸업했다. 22살에 세무공무원이었던 남편을 만나 결혼해 슬하에 2남2녀를 둔 김 이장은 남편을 따라 경기도 평택, 강원도 영월 등지에서 생활했고 서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남편 퇴임후 남편 고향으로 내려와 살고 있다.

마을주민들과 남편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마을대표를 맡은 김 이장은 능숙함보다는 연륜에서 우러나는 지혜로 주민들을 이끌며 마을을 평화롭게 하고 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대성마을로 불리는 성산2리는 40여가구에 6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성산2리는 일부 농가가 오디나 수박 같은 특수작물을 재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농가가 벼농사 중심으로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김 이장은 “우리 마을에는 지금도 전주이씨 자손들이 살고 있지만 예부터 양반고을로 불리며 전주이씨들의 활약이 많던 곳이다”며 “마을에서는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한 교수, 의사 등 인재를 다수 배출하며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주민들의 자부심이 크다”고 자랑했다.

그는 또 “농촌마을이지만 주민들이 욕심없이 평범하게 생활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며 “자녀들 또한 다들 바르게 성장해 마을과 부모를 지극히 위해 큰 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관청에 부탁하고 싶은 것
“주민들이 살아가는데 큰 부족함은 없지만 대부분 연로한 탓에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보조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지원됐으면 한다”고 말하는 김 이장.
그는 “행정이 시설을 약속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마을에 상수도시설이 안돼 주민들의 위생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조속한 설치를 희망했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제가 뭐 할 줄 아는 것이 있어서 이장이 되겠어요. 주민들이 잘 협조해 주고 남편 또한 하는 일을 잘 도와줬기 때문이죠”라며 겸손함을 내비치는 김 이장.

그는 “내년 3월이면 임기가 끝납니다. 지금까지 무탈하게 마을일을 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리고 남은 임기동안 힘닿는 한 마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라며 다시 서울나들이 채비를 서두르는 김 이장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경험을 토대로 차분하게 마을을 이끌 것을 약속했다.

영광군 이장중 가장 ‘맏언니’인 김 이장은 여성이장으로서의 섬세함 속에 행복한 마을을 꾸려가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