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자녀들의 무탈만 바랄 뿐입니다”
“그저 자녀들의 무탈만 바랄 뿐입니다”
  • 영광21
  • 승인 2010.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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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숙 <법성면>
초록의 푸르름으로 가득했던 들녘이 어느새 누렇게 익더니 이젠 그마저도 자취를 감추고 들판이 휑하다.
법성면 용덕리 용현마을 사람들에게 만날 주인공을 물어 도착한 곳은 추수가 끝나고 볏짚을 실어 나르는 길가의 한 논이었다.

남편과 다정스레 경운기에 볏짚을 실고 있는 박양숙(59)씨. 그는 여름내내 그을린 낯빛이 그대로였지만 밝고 평화로워 보였다.
법성면 화천리 만연동에서 3남5녀중 넷째로 태어난 박 씨는 22세 되던해 2남5녀의 장남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가난한 결혼생활을 시작한 박 씨는 슬하에 3남1녀를 두고 홀로된 시어머니를 봉양하며 어렵게 생활을 꾸려갔다.

마을의 농토를 임대해 소작의 농사를 짓고 이웃으로 품팔이를 다니며 생계를 이어온 박 씨는 지금까지 생활고를 겪으며 살아오면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으며 꿋꿋하게 살아 칭송이 자자하다.

특히 결혼해서 부터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올해 96세 된 시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봉양해 주변에 모범이 되고 있다.

70세 무렵부터 몸이 불편했던 박 씨의 시어머니는 현재 거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대소변을 모두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60대 중반인 남편도 몇해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고 박 씨도 허리디스크에 류마티스관절염을 앓고 있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처럼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불편한 환경이지만 박 씨는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행동하며 바르게 살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는 것.

위로 아들 둘은 결혼하고 아래로 딸과 아들이 아직 미혼인 박 씨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무것도 뒷바라지를 못해 줬는데도 제 스스로 벌어 야간에 대학을 다니며 앞길을 열어 갔다”며 “없이 살았지만 자식들이 속을 안 썩이고 잘 커줘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렵게 공부하면서도 막내아들은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고 현재 교사임용고시를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고생하며 공부한 막내아들이 합격해 교사로 생활하길 바라고 다른 자식들과 손주들도 모두 무탈하기만을 기도한다”고 깊은 모정을 드러냈다.
늘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갑자기 찾아온 찬바람이 세월의 무상함을 더욱 느끼게 한다.

이러한 가운데 마주한 박 씨의 초연한 삶은 새삼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 주며 투정만 부리던 일상을 반성하게 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