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으면 남정네들도 어린 아이제”
“나이 먹으면 남정네들도 어린 아이제”
  • 영광21
  • 승인 2010.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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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만곡경로당 / 군서면
영광읍에서 군서농공단지를 지나 백수방면으로 5분 정도 향하다 보면 왼쪽마을에 위치한 군서면 만곡리 원만곡경로당.

“어머니”하고 들어서자 모인 어르신들이 깜짝 놀랜다. 얇은 이불 3개가 화들짝 덮어지고 “어째 이렇게 늦었는가”라며 멋쩍게 웃는 모습이 딱 들켰다. “누가 많이 이기셨냐”고 묻자 한명도 없단다.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해도 100원도 안될 것 같은데 그래도 겨울맞이 어르신들 심심풀이로는 최고일 듯싶다.

35가구가 옹기종기 살림을 나누고 있는 원만곡경로당은 거동 가능한 어르신들이 다 나와 있는 듯하다. 많은 눈이 있었던 터라 오늘 일을 못간 어르신이 많은가 보다. 거실을 중앙에 두고 뒤쪽의 주방 양옆으로 남녀 어르신들의 방이 위치해 있다. 거실과 주방을 터서 넓게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머니들이 있는 방으로 다 모이자고 하자 아버지들이 꼼짝도 안한다. 왜 그러냐고 묻자 “평소 조금이라도 건너오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몇명 안되는 아버지들 각자 집에서는 최고일지 몰라도 경로당에 오면 저기, 그 방에만 있어야 한다. 그러게 평소에 잘 좀 하지….

김원기 이장(68 사진)은 “우리 마을은 거의 벼농사가 주를 이룬다”며 “생활력이 좋아 일이 있으면 앞장서 일을 다니고 이렇게 날이 좋지 않은 날이면 당번을 정해 점심도 해먹고 이야기도 나눈다”고 전했다.

또 “경로당의 난방비 지원은 정부에서 담당하고 운영은 주민들이 십시일반 돕고 있으며 특별한 날에는 자녀들이 오가면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역시 아버지들은 조용하고 어머니들은 여기저기서 지방방송(?) 시작이다. 아들 장가못가서 고민이다, 어째 동네에서 뒷심을 발휘해서 운동기구 하나라도 있던지 프로그램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텔레비전도 쪼까 컸으면 좋겠네 등 많이 모인 만큼이나 하고 싶은 말도 많다.

“젊은 아낙네들이 밥을 많이 하는디 오늘은 일가서 우리가 해 먹어야제”라는 한 어르신은 “이렇게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어 지금도 좋긴 하지만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운동프로그램 하나 있었으면 쓰겄네”라고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경로당 회장은 건강이 안 좋아 오늘 같이 하지 못했다. 어르신 건강은 하루하루를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이렇게 거실을 사이에 두고 넘어오지 말라고 귀여운 다툼을 하고 있지만 노인인구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군 실정에 자주는 아니더라고 규칙적으로 이동진료, 운동요법 등 마을주민을 위한 일에 최선을 다하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리고 어르신들에게 최고의 효도는 자주 안부를 살피고 방문하라는 것이라는 주문도 같이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