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공경 받으며 그냥 걱정없이 살아”
“자식들 공경 받으며 그냥 걱정없이 살아”
  • 박은정
  • 승인 2010.12.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연내 <군서면 장수어르신>
성탄 한파가 매서웠지만 눈 내린 남부지방은 화이트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오랫만에 내린 성탄절의 흰눈은 연인 또는 가족들을 설레게 하며 송구영신을 행복하게 했다.

희끗희끗한 눈발을 맞으며 찾아간 군서면 만금리 고참마을.
2층으로 잘 지어진 집에서 만난 심연내(94) 어르신. 손님이 찾아온 인기척을 듣고 부부가 함께 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이 다정해 보였다.

“우리 같은 늙은이를 뭣 하러 찾아왔을까. 여기 앙거. 오래 산 것이 뭐가 자랑이라고…. 워메 남부끄러 어쩐당가. 나이묵어 눈도 안뵈고, 귀도 안들이고….”
낯설은 방문의 불편함을 싫지 않은 내색으로 남편과 말하는 심 어르신은 함평군 신광면 내천마을에서 19살에 시집와 75년째 남편과 해로하고 있다.

아내의 이야기를 연신 웃는 얼굴로 거들고 있는 심 어르신의 남편은 98세. 며칠만 지나면 100세에서 1살이 모자란 99세가 된다.

요즘 부부들은 결혼해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설령 살더라도 가면(?)부부로 살아가며 형식적인 부부의 삶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세태속에 심 어르신은 슬하에 3남3녀를 두고 남편과 장수하고 있어 주위에서 모범적인 가정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칠순이 넘은 큰 아들과 며느리의 지극한 정성을 받으며 큰 걱정없이 살고 있는 심 어르신은 노환으로 다리가 불편해 거동이 다소 자유롭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게다가 밝은 모습의 남편은 심 어르신보다 더 건강해 마주한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난 아무것이나 잘 묵어. 아들 며느리가 워낙에 잘 한게 두 노인네가 걱정없이 사네”라며 건강비결을 말하는 심 어르신.

그는 “뭐든지 많이 먹으면 못써. 적당히 먹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고렇게 혀야 건강혀”라며 “목수를 하는 우리 둘째아들이 두 노인내 깨끗한 집에서 살다 죽으라고 요렇게 집도 지어주고 다른 아들 딸들도 모두 잘 혀”라고 심신이 편안한 삶을 자랑했다.
마실을 나간 아들 며느리 도움없이 남편과 먹을 점심을 준비하는 심 어르신은 아담한 체구에 자그마한 얼굴로 젊은 시절에는 곱단 소릴 들었을 법.

“영감하고 나는 한번도 큰소리 내고 싸워본 적도 없고 한번 맞아본 적도 없당게”라며 살가웠던 부부사이를 살짝 귀뜸하는 심 어르신.
심 어르신이 이렇게 장수할 수 있는 것은 6남매 자녀들의 한결같은 공경과 남편과의 변치않는 금실때문이었나 보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