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씻고 찾아보소! 우리 마을 이장 같은 사람없제”
“눈 씻고 찾아보소! 우리 마을 이장 같은 사람없제”
  • 박은정
  • 승인 2011.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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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 영광읍 신월2리 박래하 이장
“이리 앉아 이것 좀 먹소. 이장이 장에 갔다 오면서 사왔다네. 우린 날마다 모여 먹고 놀고 영판 좋아.”
마을이장이 회관에 모여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사온 떡이 주민들간의 돈독한 정만큼이나 찰지고 맛있어 보이는 영광읍 신월2리.

주민들의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는 박래하(66) 이장은 10여년간 이장을 지내다 잠시 쉬고 다시 이장을 맡아 1년째 마을을 대표하고 있다.

1만여평의 논농사와 1,400여평의 밭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박 이장은 신월2리 토박이로 평생을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20대 초반 결혼해 슬하에 3남3녀 모두를 출가시킨 박 이장은 큰 걱정없이 일생의 반려자인 아내와 마을의 심부름꾼이 돼 정성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하동 둔포 2개의 자연마을로 이뤄진 신월2리는 56가구에 108명이 주민이 유난히 살가운 정을 나누고 살고 있어 늘 기쁨이 넘쳐나고 있다.

“지금은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 노인들만 살고 있지만 새마을운동이 활발하던 시절인 1970년대만 해도 지붕개량, 안길확장, 농로포장 등이 제일 잘 이뤄져 영광군에서 최우수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전성기였던 마을을 자랑하는 한 어르신.

그는 “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마을은 아직 한번도 주민들간에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살고 있으며 범죄없는 마을로 늘 평화롭지”라며 단란한 마을분위기를 전했다.

부안박씨가 터를 잡은 신월2리는 진주강씨, 전주이씨 등이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으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의논하고 배려하며 항상 조용해 평화로운 마을로 소문나 있다.
또 벼농사와 함께 우리밀을 많이 재배하고 있으며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고추농사가 많아 우수한 태양초 생산지로도 주민들의 자부심이 높다.

행정관청에 부탁하고 싶은 것
“우리 마을은 주민들이 워낙 심성이 고와서인지 마을에 불편한 사항이 있어도 어디에 제대로 요청 한번 못하고 속만 태우고 있다”며 “주변마을을 잇는 도로가 아직 포장이 안돼 통행의 불편은 물론 연로한 주민들은 농사철 밭을 묵히는 실정이어서 빠른 시일내에 도로포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은 “다른 마을은 기관이나 단체에서 노인들을 위한 요가, 건강체조, 노래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 마을은 여가를 활용할 만한 것이 없어 화투놀이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다른 마을과 같은 취미교실이 열려 농한기 무료함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희망을 전했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지난해 동지에도 팥죽을 쒀 주민들을 대접하고 겨우내 경로당에서 먹는 쌀과 김치는 물론 귤, 술 등의 간식거리를 떨어지지 않게 사다 놓는다”며 “우리 마을이장은 상일꾼중에 상일꾼이다”고 말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부끄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박 이장.

그는 “아직 어르신들이 조금씩 농사를 짓고 있고 외지에 있는 자녀들이 용돈도 부쳐줘 생활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어르신들이 가장 힘든 것은 혼자 지내는 외로움이다”며 “형제간처럼 잘 지내는 주민들이 지금처럼 화합하고 건강하길 바라며 힘닿는 한 주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