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욕심없이 작은 것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지요”
“큰 욕심없이 작은 것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지요”
  • 박은정
  • 승인 2011.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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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 군남면 설매1리 심재옥 이장
겨우내 몸서리치던 폭설과 한파가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나자 꼬리를 완전히 감추고 있다.

봄의 움틈속에 찾아간 군남면 설매1리 동고마을. 고추와 담배를 재배하는 주민들이 밭으로의 정식을 앞두고 비닐하우스속에서의 이식작업이 한창인 이곳은 농사준비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 마을이장은 영판 착실혀. 젊은 사람이 큰 욕심 안부리고 성실하게 농사짓고 시골에 살면서 마을어른들에게도 잘하고 마을일도 솔선수범한게 고맙제.”
나이가 지긋한 마을어르신의 칭찬에 볼이 발그레 상기되는 심재옥(54) 이장.

“저도 젊은 시절 도시에 살고 싶어 잠깐 나갔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 잡혀와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라며 농촌에 정착하게 된 사연을 말하는 심 이장은 3남4녀중 둘째아들이었지만 고향에 남아 부모를 가까이에서 봉양하며 ‘착한 농사꾼’으로 살고 있다.
남매를 두고 있는 심 이장은 3만여평의 농사를 지으며 7년째 마을일을 보고 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50여호에 80여명이 살고 있는 설매1리는 벼농사를 중심으로 고추 담배 양파 등의 밭작물의 재배가 많다.

설매1리 동고마을은 70대 이상 주민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젊은 부부들이 터를 잡고 살아 초등학생이 6명이나 돼 고령화된 농촌에 희망을 전해주며 마을주민들의 자랑이 되고 있다.

심 이장은 “우리 마을은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농악놀이 등 보름행사를 열고 주민들이 한데 모여 잔치를 펼친다”며 “지난 정월대보름에도 농악도 하고 당산나무에 소원도 빌며 주민들이 흥겨운 하루를 보냈다”고 마을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마을부녀회가 활성화돼 마을일에 적극 협조하고 노인회와 마을야유회를 주관하는 등 주민화합을 도모하고 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행정관청에 부탁하고 싶은 것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은 “마을엔 온통 노인뿐이라 농사를 짓더라도 농산물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도 어렵고 특히 우시장이나 고추시장이 외지에 떨어져 있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노인들이 직접 도매시장을 나갈 수 없으니 어렵게 지은 농산물을 중간상인들에게 싼값에 팔수 밖에 없어 시골에서 농사짓는 노인들을 위한 운송수단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그들은 또 “바깥 물정을 잘 모르는 노인들을 위해 그때그때 시세라도 알려줬으면 그나마 도움이 되겠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심 이장은 “수로시설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고 아직 덜된 농로와 안길포장도 빠른 시일내에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부끄러움 때문인지 유난히 말수가 적은 심 이장.
“마을이장이 못하면 7년째 시켰것는가”라는 마을주민들의 말처럼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공적은 아니지만 늘 나고 자란 고향을 지키며 어르신들의 심부름꾼이 되고 있었다.

“지금처럼 주민간에 화목하고 올해도 모두 건강하시면 되지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라고 말하는 심 이장은 마을에 우뚝선 당산나무처럼 변함없이 묵묵히 마을을 이끌 것을 약속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