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마을, 건강한 마을, 웃음 넘치는 마을 꾸리는 ‘총각 이장’
잘사는 마을, 건강한 마을, 웃음 넘치는 마을 꾸리는 ‘총각 이장’
  • 박은정
  • 승인 2011.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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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 염산면 야월1리 탁명상 이장
강진과 쓰나미에 이은 원전 폭발, 우리 민족을 못살게 군 잔재가 남아있어 후손들 또한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 연일 전해오는 비보는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지산덕, 이번에는 자네가 졌네. 아따 워째 패가 요모양으로 들어왔당가. 다시 한판 돌리세.”

염산면 소재지를 넘어 한참을 달려 도착한 야월1리. 일본의 강진으로 전 세계가 술렁이고 있지만 이곳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정겨운 평화가 그대로 머물러 즐거움이 넘치고 있었다.
마을회관 방안가득 어르신들이 모여 화투놀이, 여담 등으로 농한기의 끝자락을 만끽하고 있는 가운데 탁명상(48) 이장과 마주했다.

지난해 이장을 맡아 올해 2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탁 이장은 마을의 막내이자 ‘총각이장’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외지를 오가며 생활하던 탁 이장은 4년 전부터 고향에 정착해 어업을 하고 있다.
3t 규모의 어선 2척을 보유하고 있는 탁 이장은 요즘 같은 봄철에는 실뱀장어 잡이를 나서고 이어서는 꽃게잡이로 어장을 누비고 있다.

홀어머니와 생활하고 있는 탁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에게도 자식처럼 살가워 주민들이 믿고 의지하고 있다.

이리마을로 불리는 야월1리는 60여가구에 1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곳도 논농사가 주를 이루지만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 많아 주민들의 생활을 보장해 주고 있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우리 마을노인들은 건강체조로 몸이 건강하당게. 방금 전에도 막 체조 선상님이 다녀갔는디. 지역기관에서 노인들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해줘 참말로 고맙구먼.”
국민건강보험공단 영광함평지사에서 매주 월, 수, 금요일 실시하는 체조교실에 대해 만족을 표시하는 어르신들.

이들은 지난 2005년 영광군보건소에서 실시했던 실버체조도 열심히 배워 불갑산상사화축제에서 시연을 펼치기도 한 열공(?)파들이다.

“우리 마을은 특별히 잘사는 사람도 없고 못사는 사람도 없는 평범한 마을이지”라는 어르신들의 말처럼 야월1리는 어려움없이 무탈하게 사는 것이 자랑 그 자체였다.

행정당국에 부탁하고 싶은 것
주민들은 “우리 마을에는 모정이 멀리 떨어져 있고 거의 소실된 상태여서 여름에 쉴 곳이 마땅치 않아 불편하다”며 “행정에서도 다른 마을을 위한 사업 등으로 예산이 부족하겠지만 이를 고려해 예산에 반영해 주길 희망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그들은 또 “노인들만 많은 마을회관에 운동기구라도 설치해 여가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해 줬으면 한다”며 “노인들은 큰 것을 바라기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세심하게 챙겨주는 행정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이곳은 제가 나고 자란 고향입니다. 어르신들의 추천으로 이장이 돼 아직 모자람이 많지만 할 수 있는데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그리고 무엇보다 70~80대의 연로한 주민 모두 건강히 잘 사시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탁 이장은 겉으로 크게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맡겨진 일을 처리하는 속 깊은 이장의 모습으로 주민들을 따뜻하게 포용하고 있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