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고 어른들한테 잘한 게 우리가 뽑아줬제”
“차분하고 어른들한테 잘한 게 우리가 뽑아줬제”
  • 박은정
  • 승인 2011.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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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 군서면 마읍2리 차인순 이장
‘3월28일 봄나들이. 아침 6시30분 출발, 장소 부산’
점심식사를 하러 모인 어르신들이 방안 가득한 마을회관의 칠판에 적힌 글귀다.

“우리 마을은 매년 농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이맘 때면 팔도강산 유람을 떠나지.”

야유회를 며칠 앞두고 들뜬 어르신들이 점심을 기다리면서 그림공부(?) 삼매경에 빠져있는 군서면 마읍2리. 마을을 찾아간 날이 마침 군서면번영회의 정기총회 관계로 남자어르신들은 면사무소에 대부분 출타중으로 여자어르신들 만이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속에서 마주한 차인순(56) 이장.

눈빛이 선한 차 이장 또한 여성이장으로 올해 6년째 마을을 대표하고 있다.

장성에서 중매로 시집와 30여년째 마읍2리에 살고 있는 차 이장은 8,000여평의 논농사와 고추 담배 양파 등 2,000여평의 밭농사를 지으며 군서사람으로 깊은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1남2녀중 막내만 아직 품안에 있고 둘은 출가해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는 차 이장은 마을부녀회장과 군서면생활개선회장 등을 지냈던 경험을 토대로 마을을 꼼꼼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예전에는 우리 마을에 모래가 많아 사동마을로 불리웠다”며 마을유래를 전하는 어르신들.

그들은 “우리 마을은 단합심이 좋고 협동심 또한 높아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며 “특히 빈부차이가 없어 서로 시기 질투하는 법이 없고 이장이 워낙 말없이 잘해 마을이 늘 평화롭고 화기애애하다”고 입을 모아 마을분위기를 자랑했다.

차 이장은 “예전과 달리 풍습이 많이 사라졌지만 우리 마을에서는 지금도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당산제를 지내고 한여름 백중이면 주민들이 한데모여 농번기의 휴식을 취하는 전통을 지키고 있다”며 “이 때 모아진 협찬금과 외지의 자녀 또는 향우들이 보태준 희사금으로 겨우내내 점심과 저녁을 나누고 마을화합의 훌륭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마을분위기를 덧붙였다.

30여가구에 6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마읍2리 사동마을은 60대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주민 대다수가 70~80대였지만 주민간의 우의는 푸르름으로 건강함이 넘치고 있었다.

행정관청에 부탁하고 싶은 것
어르신들은 “마을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경지정리와 도로포장이 마무리 단계라 당장 시급한 공사는 없지만 남자노인보다는 여자노인이 많은 관계로 농번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마을회관에서 보내고 있어 아담한 찜질방과 운동기구 등이 마련돼 보다 건강한 휴식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어르신들이 지금처럼 잘 도와주시고 건강하시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차 이장.
그는 여성이장으로서 세심하고 다정한 배려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따뜻한 벗이 되고 있었으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동반자가 될 것을 약속하고 있었다.

군서면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며 올해 영광농협청년부 회장을 맡아 분주한 남편과 ‘부창부수’로 지역화합과 지역발전의 한 뜻을 펼치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차 이장은 사동마을 심부름꾼으로 나무람이 없는 사람이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