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숙 <칠산문학회원>
원시의 바닷가/ 모로 누워/ 찰방이는 파도에/ 삶의 응어리를 씻는다/ 바람도 누웠다/ 가느다란 실배암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숲의 노래/ 인적이 끊기고/ 뱃길 끊어져/ 꿈틀거리는 머언 외로움/ 차갑게 쓸어갔다 밀어 넣는 거기/ 낯선 이방인의 탈을 벗고/ 별빛보다 먼저/ 태초의 아담을 만난다고향에 대한 기억을 시를 통해 또렷히 표현하고 있는 박경숙(44)씨. 그는 백수읍 홍곡리 출신으로 2003년 <문예비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영광문인들의 둥지인 한국문협 영광지부 칠산문학회원으로 고향의 손을 꼭 붙잡고 있다.
박 씨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0년, 2001년 현재 살고 있는 수원시에서 주최한 기예경진대회 백일장에서 시부문에 입상을 하면서 부터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글쓰는 것에 재능을 보였던 박 씨는 중학교때는 학교대표로 백일장대회에 출전했고 고등학교때도 교내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전남지방경찰청이 주최 한 제1회 청소년선도예방백일장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다.
어릴적 막연한 꿈이었던 시인의 꿈을 30대 중반이 돼 이룬 박 씨는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국제펜클럽경기지부 운영위원, 경기시인협회 사무차장 등을 맡고 있으며 현재 학교에서 아이들 글쓰기와 논술을 지도하면서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에서 시를 전공중에 있다.
또 그는 문비문학, Vision 삶과 문학동인, 월간문학 등에 자신의 시를 소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꾸 희미해지는 고향의 안타까운 기억들을 <비금도의 하루> 시집으로 펴낸 박 씨는 가족이야기, 이웃들의 삶, 산천초목 등을 고스란히 시에 담아냈다.
그의 시를 읽은 많은 사람들은 “이 세상을 사랑하는 순결한 시 정신으로 강물처럼 계절처럼 여유를 배우며 빛나는 시를 쓸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록 같은 시심을 극찬하기도.
“제가 살던 지암마을은 집에서 몇 발자국만 나서면 멀리 서해바다가 펼쳐지고 늘 바다는 삶이자 희망처럼 출렁였죠. 지금도 어릴적 봤던 해질 무렵 서해바다 붉은 저녁노을의 장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서른여섯에 홀로 된 어머니의 청춘과, 한숨과, 눈물과 힘겨운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 파도와 싸우며 밀물과 썰물을 번가르며 모든 것을 끌어안고 묵묵히 버티고 견뎌 낸 바다같은 어머니. 제가 글을 쓰는 진정한 이유는 그런 어머니의 삶을 조명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사가 다 그런 것처럼 몇 마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우리네 삶을 박 씨는 한올 한올 시귀로 풀어내며 유년시절의 추억이 깃든 고향을 한없이 그리워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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