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 불갑면 가오리 정종길 이장

“일할 만한 사람들은 모두 밭으로 나가고 우리 노인들 밖에 없구만.”
바빠진 농사일을 거들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내비치는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의 낯빛이 평화로운 불갑면 가오리. 이곳을 대표하는 정종길(65) 이장 또한 큰 키와 건장한 체구로 듬직함을 전달하고 있었다.
“저는 귀농 1세대입니다. 큰 어려움이 없는 가정의 1남6녀의 막내로 태어났지만 부친의 사업실패로 공부를 많이 못하고 서울로 올라갔던 저는 24세때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30대 초반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정 이장은 쌀전업농 1기생으로 현재 3만여평의 논농사와 2,500여명의 밭에서 고추와 양파를 재배하고 있다. 또 1만여평의 청보리재배와 한우 10여두를 사육하고 있다.
특히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을 모두 갖춘 정 이장은 자신의 농사와 연로한 마을 어르신들의 농사를 거들며 부지런히 생활해 모범이 되고 있다.
마을반장을 시작으로 새마을지도자를 역임했고 1985년부터 마을이장을 6년간 맡았던 정 이장은 영농회장을 오랫동안 지내다 다시 이장을 맡아 3년째 마을을 이끌고 있다.
20여가구에 5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불갑면 가오리는 벼농사와 고추 양파 담배농사를 주로 짓고 있으며 청보리 재배로 2모작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정 이장은 “사시사철 흐르는 불갑저수지로 물 걱정없이 농사를 짓고 있으며 땅심이 좋은 여건속에 친환경 농사로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며 “군남면과 군서면이 만나는 경계지역에 위치해 농사정보를 나누는 등 이웃마을과 가깝게 지내며 인정이 넘치고 있다”고 마을을 소개했다.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은 “우리 마을은 대부분 원불교를 믿고 있어 마음공부에 충실해 주민들이 온순하고 조용한 편이다”며 “특히 학식이 높은 교육자를 많이 배출했고 의사, 공무원 등 마을 후손들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 마음이 뿌듯하다”고 자손들을 자랑했다.
행정관청에 부탁하고 싶은 것
정 이장은 “마을 주민들이 모두 연로한 탓에 소득사업을 하고 싶어도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젊은이들이 귀농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과 지원이 펼쳐져 예전 부자마을의 명성을 다시 되찾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비교적 마을정비가 잘된 편이지만 조금 덜된 배수로 공사와 농로포장, 마을안길 포장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자수성가해 안정을 이룬 정 이장은 슬하의 2남2녀가 모두 반듯하게 성장해 출가,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어 주위 부러움을 사고 있다.
많은 농사를 지으면서도 마을 돌보는 일에 소홀함이 없는 정 이장은 매일 아침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살피고 어르신들의 심부름 등을 도맡아 하며 아들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부인 또한 음식을 장만해 노인정에 모인 어르신들을 극진히 봉양하고 있는 정 이장은 임기를 다하는 날까지 마을을 위한 봉사를 최선을 다해 펼칠 것을 약속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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