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택시기사 1호라는 자긍심으로 열심히 살아야지요”
“여성택시기사 1호라는 자긍심으로 열심히 살아야지요”
  • 박은정
  • 승인 2011.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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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심 <홍농읍>
7월말부터 시작된 여름휴가로 일상을 탈출했던 사람들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고 있다.
자가용부터 대중교통까지 많은 사람들의 이동수단이 됐던 차량들도 주인장들의 일터 또는 제 노선을 따라 안정을 꾀하고 있다.

“저는 운동도 좋아하지만 여행도 못지않게 좋아해 많은 곳을 다녀보았지요.” 한낮 더위를 피해 오후시간 운동을 나온 이연심(55)씨는 영광읍 골프연습장에서 골프연습이 한창이었다.

“제가 소개될만한 인물인지 부끄럽습니다. 지금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고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데요”라며 몸둘바를 모르는 이 씨는 여성운전자 조차 귀하던 시절인 1980년대 택시운전을 시작한 영광지역에서는 여성택시기사 1호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다.

홍농읍 계마리 가마미마을에서 3남2중 넷째로 태어난 이 씨는 20대 초반 고향을 떠나 부산에서 생활했다. 1979년 그곳에서 1종 운전면허를 취득한 이 씨는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봉고차를 구입해 렌트카사업을 시작한 여장부였던 것.

얼마간 렌트카사업을 하다 고향에 오게 된 이 씨는 마을선배의 권유로 택시회사에 입사를 하게 됐고 그의 영업은 주민들의 뜨거운 기대속에 최고를 달릴 수 있었다.

이 씨는 “당시는 원전건설이 한창 붐을 이룰 때고 주민정서도 순박해 택시강도 등 요즘 같은 위험이 전혀 없이 영업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오히려 여성운전자라는 이색적임 때문에 많은 주민들의 관심속에 즐겁게 승객을 모실 수 있었지요”라고 지난 시절을 돌이켰다.

지금도 영광지역에서는 여성택시운전사가 2~3명으로 귀한 가운데 이 씨가 운전하던 시절은 얼마나 그 모습이 신기했던지 일부 학생들은 일부로 용돈을 걷어 택시를 타는 등 호기심의 대상이었다고.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택시영업을 영위하던 이 씨는 1995년 개인택시면허를 취득해 개인사업자로 택시운전을 이어갔다.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택시운전을 해 왔던 이 씨는 얼마전 택시영업을 접고 휴식중이다.
“오랫동안 운전을 하다 보니 좀 쉬고 싶은 생각도 있고 이제 나이도 먹고 해서 고향에서 큰 욕심없이 살고 싶어 운동에 전념하며 건강관리 중입니다”라는 이 씨는 아직 미혼이다.

“독신주의는 아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나이가 벌써 이렇게 돼 버렸네요. 하지만 혼자 지내는 것이 나쁜 일도 아니고 당당히 잘 살아야지요”라는 이 씨는 오빠가 살고 있는 고향 가마미마을에서의 전원생활을 꿈꾸며 차곡차곡 내실을 다져 나가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