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고생 다 잊고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
“젊은 시절 고생 다 잊고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
  • 박은정
  • 승인 2011.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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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순 <염산면>
“일제시대에 초등학교를 졸업했지. 6년 내내 반에서 1등을 했지만 여자라고 부급장만 시켜줬어. 그래도 일본교장이 무척 예뻐해 항상 자신감이 넘치게 학교생활을 했지.”
자그마한 체구와 얼굴 그리고 하얀 피부가 젊은 시절 한 미모했을 법한 정삼순(88) 할머니가 이야기중 털어놓은 빛나던 학창시절 이야기다.

그는 굽은 허리로 며칠 안남은 추석에 찾아올 자식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송편을 정성스레 빚고 있었다.

“며느리들도 다 직장생활하고 바쁜데 이런 것이라도 미리미리 해 놔야지.”

우리네 어머니들의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정 씨는 불갑면 부춘리 부잣집 딸넷중 셋째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8세 되던 해 염산면 봉남리로 시집왔다.

당시 어업을 하던 남편은 가정과 자식들에 대한 책임이 부족해 사는 내내 정 씨를 힘들게 했다. 경제적 방임, 술과 폭력 등을 일삼던 남편은 정 씨가 49세 되던해 5형제를 남겨둔
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 아이들은 못난 부모 탓에 어릴 적 밥을 수없이 굶었어. 학교도 제대로 보내지도 못하고 …”라며 말끝을 흐리면서 울먹이는 정 씨는 슬하의 자녀들을 위해 젓갈을 이고 함평 신광까지 다니며 행상을 했고 어망손질, 꼬막잡이 등 살림에 보탤 수 있는 일은 닥치는 대로 가리지 않고 했다.

이런 어머니의 헌신적인 인고의 삶을 보고 자란 5형제는 스스로 돈을 벌며 공부해 사업가, 경찰관, 공무원, 학자, 회사원 등을 지내며 부끄럼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게 어렵게 살면서도 아이들이 마음고생 안 시키고 다 착하게 자라 가장 고맙고 감사하지. 며느리들도 모두 잘하고 손자들도 다 똑똑해 예전 고생했던 것은 다 잊었어.”

잦은 남편의 손찌검으로 청력이 약해진 정 씨는 곧 아흔을 바라보지만 아직 시력이 좋아 매일 성경쓰기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읽기만을 열심히 했지만 3년전부터 1년에 한권씩 성경책을 쓴다”는 정 씨는 남편과 사별후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기독개신교 생활로 여가를 채우며 황혼을 의지하고 있다.

방송을 통한 뉴스청취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젊은이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정 씨는 TV를 통한 야구관람도 즐긴다고.

“방탕한 생활하지 말고 거짓없는 진실한 삶을 살으라”고 자식들에게 늘 당부했다는 정 씨는 교만하지 않는 삶속에 작은 것에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맑은 노년을 살고 있었다.

이런 어머니의 성실하고 부지런한 삶을 보고 자란 자녀들 또한 어려운 이웃을 늘 돌아보는 착한 일상을 살고 있어 정 씨의 뿌듯한 기쁨이 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