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많았으면…”
“서로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많았으면…”
  • 박은정
  • 승인 2011.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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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숙향 <영광여중 교감>
하교시간을 얼마 안 남겨둔 영광여자중학교 교정. 학생들은 수업을 마무리하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지시와 당부사항을 전달하느라 분위기가 다소 분주하다.

수업과 담임에 참석하지 않은 교사들은 교무실에서 남은 잡무를 처리하느라 바쁜 가운데 배숙향(52) 교감을 만날 수 있었다.

자그마한 키와 안경 너머로 보이는 작고 귀여운 얼굴 그리고 단정하게 자른 단발머리는 염색을 하지 않은 듯 검은 머리카락과 흰 머리카락이 섞인 회색빛을 띄는 머리만 아니였다면 그는 소녀적인 자태 그대로였다.

50대 초반임에도 순수한 단아함이 물씬 풍겨나는 배 씨는 지난해 9월 영광여중으로 부임해 왔다.

광주가 고향으로 1983년 교직에 입문한 배 씨는 벌교, 영산포, 장성, 나주 노안 등의 상업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했고 법성상고(현 법성고)에서도 학생들을 만나며 영광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임자도, 여수, 화순 등에서 교사를 지낸 배 씨는 교감으로 승진하며 지난해 다시 영광을 찾은 것.

“예전 법성상고에서 교사를 지내며 영광에서 4년간 생활하면서 영광에 대한 기억이 좋았었습니다. 그래서 교감으로 승진해 근무지를 영광으로 희망했는데 다행이도 발령이 나 다시 오게 됐습니다.”

근무지에 대한 만족을 표시하는 배 씨는 “교사시절 고등학교에서만 근무해 중학교에 대한 낯설음과 편견이 있었는데 막상 와보니 여학생들의 풋풋한 발랄함이 어찌나 귀엽던지 오히려 순수한 열정에 반해버렸다”고 승진후 맞이한 학생들에 대한 사랑스러움을 표현했다.

어렵고 가난하던 시절 진로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해 각자의 전공을 살려 최선을 다하거나 처한 현실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으로 방황하던 학생들의 언니 같고 이모 같은 교사였던 배 씨는 이제 한 학교의 책임자로 교사들과 제자들을 반갑게 만나고 있었다.

“책임자가 되다보니 담임도 안맡고 맡은 수업이 없어도 하루종일 해야 할일이 끊임없지만 학교의 운영방향에 따라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모두 잘 따라주고 학생들도 큰 문제없이 학업과 학교생활에 충실해 항상 감사하는 마음뿐이다”는 배 씨.

그는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면서 타인을 존중하며 남에게 먼저 베풀 수 있는 배려 깊은 사람으로 학생들 모두 밝고 건전하게 성장하길 바란다”며 마지막 일과 정리를 위해 종종 걸음으로 향했다.

배 씨는 밝고 당당한 모습으로 교사들과 학생들을 대하는 열혈여성이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