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등경로당 / 묘량면
1년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는 동지. 차가운 눈보라 사이로 옷깃을 여미고 찾아간 묘량면 덕흥3구 장등경로당(회장 임동업사진)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모인 가운데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나즈막히 들려왔다. 한해 마을살림을 결산하는 총회가 한창이다. 특히 총회후에는 동지를 맞아 점심으로 팥죽잔치와 함께 임동업 노인회장이 직접 마련한 작은 선물이 준비돼 있어 한껏 잔칫집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임동업 회장은 “마을이장 일을 맡아하다 백경희 이장에게 넘겨주고 올 5월부터 경로당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일에 중심을 두고 노력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 “우리 장등마을은 널리 퍼져 있기 보다는 27여가구의 60여 가구가 옹기종기 형성돼 마을 주민간 화합도 잘 되고 마을일이면 무엇이든지 적극 나서고 있어 자랑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길현 총무는 “뭐 특별한 것은 없어요. 뻔한 살림이지만 그래도 한해 예·결산 내역을 투명히 하자는데 의의를 두고 있지요”며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마냥 부족하겠지만 그런데로 맞춰 살림을 이끌고 있습니다”라고 소박한 마을살림을 전했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백경희 이장과 김맹자 부녀회장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반찬 등은 임동업 노인회장의 안사람이자 부녀회장인 김맹자 여사가 미리 준비해와 그리 바쁠건 없어요. 팥죽은 우리가 준비할테니 어르신들 잘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백경희 이장의 말속에서 어르신들을 먼저 위하는 마음이 절로 느껴졌다.
또 영광군 투자유치기업으로 마을 초입에 위치한 (주)새암푸드먼트에서 생산되는 음료와 과자류 등의 먹거리가 제공돼 어르신들의 입은 즐겁기만 하다.
임동업 회장은 “처음 귀향했을 때 우리 마을은 어중간한 곳에 위치해 교통이 매우 불편했는데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리고 투자기업도 유치돼 서로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행사지원 등 도움을 주고받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장등경로당 한켠에는 20여년 전부터 배금순 어르신이 둥지를 틀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양반이여. 객지 자녀들 따라 갔다 도저히 못견디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는데 기거할 곳이 있어야제. 그래서 마을 주민들이 나서 경로당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제. 혼자서는 무엇을 할 수가 없고 계속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우리 마을 사람이니 보듬고 가야제”라는 김맹자 부녀회장.
배금순 어르신은 “이 동네 사람들 아니였으면 나는 아마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여. 나 때문에 경로당을 불편하게 쓰고 있을 것인디 그래도 싫은 내색 안하고 이렇게 살게 해줘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처럼 큰 부자는 아니어도 나눔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는 장등마을은 매년 농사가 시작되기 전인 3월에는 노인위안잔치, 5월8일 어버이날에는 효도잔치와 선물전달 그리고 오늘 같은 동지날은 팥죽을 쒀 나눠 먹으며 한해 마무리와 함께 따뜻한 정을 전달하고 있다.
“많은 눈이 예상된다는 올 겨울 농한기에도 오순도순 경로당에 모여 점심도 먹고 마을소식도 나눌 어르신들 건강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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