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메 겨울이 쪼까 더 길어서 좀 더 놀았으면 좋겠네”
“옴메 겨울이 쪼까 더 길어서 좀 더 놀았으면 좋겠네”
  • 영광21
  • 승인 2012.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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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참경로당 / 군서면
얼마남지 않은 겨울 농한기의 여유를 즐기듯 군서면 만금1리 고참경로당(회장 김옥현 사진)에는 어르신들로 한방 가득해 마을주민이 모두 모인듯하다.

약 500년경 고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다 이사한 후 담양전씨, 김해김씨가 함께 들어와 살다 마을을 형성했다.

1480년경 고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았는데 참봉벼슬을 한 사람이 있어 고삼古參이라 칭하다 고참마을로 불려지고 있다.

고참경로당은 2006년 2월 이 마을 출신향우 이무연씨가 부지를 희사하고 군비와 십시일반 모은 마을 자체 자금으로 넓고 편안하게 건립돼 어르신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경로당 및 마을 회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옥현 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노인회장을 맡고 있다”며 “대한노인회 군서분회장인 전휴일 전 회장 등 김영조 영농회장, 김금자 부녀회장 등 여러분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이웃간 서로 정을 나누는 경로당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 어떻게 좋은 일만 있겠냐마는 그래도 우리 마을은 근본적으로 심성들이 착하고 경로당 운영에도 적극 협조해줘 감사할 뿐이다”며 “마을주민 대부분이 벼농사와 함께 고추 양파 등 밭농사로 소득을 일궈가고 있다”고 마을특징을 소개했다.

겨울간식의 별미 고구마 찌는 달콤함이 가득한 경로당에서 부지런히 주방을 오가는 이순덕 어르신은 “경로당 바로 뒷집에 살고 있어 자주 왔다갔다 하면서 눈에 보이는데로 점심이나 청소 등을 챙기고 있다”며 “사람이 많은 날에는 저녁까지 해 먹으며 텔레비전도 보고 재미삼아 화투도 치면서 이야기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즐거움을 표현했다.

한편 고참마을은 ‘빈집없는 마을’로도 유명하다.

김금자 부녀회장은 “우리마을은 영광읍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 빈집도 없는 편이지만 빈집이 나오더라도 바로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사람 살기 편안한 마을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 경로당에서는 ‘술’을 전혀 안하기 때문에 서로 얼굴 붉히며 다툴 일이 없다”며 “매년 봄 농사철이 시작되기전 꽃구경을 겸한 마을야유회를 다녀오고 있는데 이렇게 모인 김에 이야기도 나눠 볼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옴메, 겨울이 쪼까 더 길어서 더 놀았으면 좋겠네”라는 정순임 어르신의 농담 한마디는 이제 곧 고추모종을 시작으로 바빠질 농촌 어르신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