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재배 최적지
이 들녘에서 나는 백수대파의 품질은 자타가 공인한다. 전국의 대파중 최상품으로 이름이 높다. 바로 앞 칠산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맞고 자라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게르마늄을 듬뿍 머금어 맛과 향이 좋고 부드럽다. 신선도도 오래 간다. 무엇보다 연백부(파의 흰부분)가 다른 파보다 길고 단단하며 광택이 난다. 해열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 물질이 바로 이 연백부에 집중돼 있다.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지사. 한번 맛을 본 소비자들은 백수대파만 찾는다. 전국에서 모여든 도매상들이 비싼 값을 치르면서까지 경쟁적으로 백수대파 확보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파 수확에 한창이던 한 중간상인은 “백수대파는 연백부가 길어 상품성이 우수하며 품질이 균일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최적의 재배환경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이 들녘의 흙은 거무스름한 사질토다. 물빠짐이 좋다. 습기에 약한 대파엔 최적의 땅이다. 게다가 비옥하기까지 한다. 심기도 편하다.
백수대파의 최대 강점은 흰 부분이 다른 대파에 비해 길다는 점. 대파의 성장 속도에 맞춰 가며 모래흙을 둑처럼 쌓은 데서 생겨난다. 대파의 아랫부분이 흙 속에 묻혀 흰부분이 점차 길어지는 것이다. 이를 흔히 ‘북을 준다’고 한다. 그 높이가 50cm에 달한다. 보통 한해에 4~5회 북을 준다. 많게는 7~8차례를 주기도 한다. 그래야 연백부가 길어지고 두께가 굵어져 품질이 좋아진다.
대파의 쓰러짐도 방지한다. 뿐만 아니다. 풀이 자랄 틈을 주지 않는다. 해서 제초제를 뿌릴 이유가 없다. 친환경 농사의 바탕이 되는 셈이다.
“대파는 이 희건 것이 많아야 좋은 것이여. 요새 젊은 색시들은 이파리가 파랗고 우선 보기 좋은 것만 찾는 디. 그건 뭘 몰라서 그러는 거여.”
대파 수확에 열중이던 한 할머니의 가르침이다.

토양뿐 아니라 사시사철 불어오는 해풍이 명품 백수대파를 키운다. ‘바닷바람이 단맛 내게 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톱밥과 축산 부산물 등을 섞어 만든 퇴비로 땅심을 되살리고 병해충은 친환경 재제를 사용해 막는다. 이것도 부족해 1년에 한번씩 선진지 견학을 통해 새로운 농사기법을 개발, 재배에 적용한다. 백수대파가 남다른 이유다.
논을 밭으로 만들어
백수대파는 3~4월에 파종해 작황에 따라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수확한다. 일반 작물보다 생육기간이 길다 보니 손이 많이 가는 게 흠. 생육 기간이 긴 만큼 농사짓기도 만만치 않다. 해서 친환경농사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하지만 소득은 높다. 대부분 밭떼기거래로 이뤄지지만 벼농사의 2~2.5배의 소득을 올린다. 거금을 들여 논을 밭으로 만들고 대파를 심는 이유다.
“가격이 좋지 않을 땐 그대로 갈아엎기도 하지만 벼농사를 짓는 것보다 소득이 많아. 벼농사 2만평 짓는 것보다 대파농사 1만평을 짓는 게 훨씬 좋지. 저기를 봐. 비싼 돈을 들여 논을 밭으로 만드는 이유가 뭐겠어. 나도 대파 농사로 4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웠지.”
대파농사 하나만으로 부농에 이름을 올린 강병문(71) 어르신의 얘기다.

올해 작황은 평균작. 거래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격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거래 가격은 3.3㎡당 7,000~8,000원 선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1만5,000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최근 3년 사이 가장 좋지 않은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상·하사리대파작목반 김희윤(56) 반장은 “작황이 좋으면 중간상인들이 값이 더 내릴 것으로 예상해 거래를 멈추고 관망세로 돌아서기도 한다”면서 “백수대파의 제값을 받기 위해 계통 출하와 직거래 등 유통 분야에도 관심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새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