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꽃밭에서 알록달록 꿈 펼치다
본지가 제1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를 맞아 개최한 영광상사화예술제가 700여명의 학생·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성황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600여명이 넘는 학생이 참가했고 그중 초등학생이 가장 많았다. 글짓기와 그리기부문으로 나눠 진행됐으며 그리기부문에 참가한 학생이 360여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대회결과 고등부에서 글짓기부문 대상은 <부모님>을 주제로 한 송민섭(영광고2) 학생이 수상했으며 그리기부문 대상은 주예은(영광고2) 학생이 수상했다. 글짓기부문 심사는 광주전남작가회 박관서 부회장이, 그리기부문 심사는 민족미술인협회 나영주 영광지부장이 각각 애정어린 마음으로 심사했다. 나머지 입상작 등은 본지 다음호에 게재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그리기부문 대상(고등부)
주예은(영광고2 )

그리기부문 대상(중등부)
김민주(영광여중1 )

그리기부문 대상(초등부)
강하영(영광초1)

글짓기부문 대상(고등부)
송민섭(영광고2)
지금, 내가 살고있는 이유
어렸을 때 나는 남들보다 몸이 허약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어머니는 3형제중에 둘째인 나를 가장 많이 챙겨주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보약으로 돈만 축내던 내가 싫었는지 아니면 공부를 못하는게 못마땅했는지 아버지는 유독 나에게만 무뚝뚝하셨다.
나도 아버지가 무서워 아버지가 일에 나가지 않는 날에는 일부러 집에 늦게 들어가곤 했다. 하루는 운동회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을먹다가 토를 해버렸다. 난 그 자리에서 쓰러질 뻔 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급한 마음으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고 몇분이 지나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들어오셨다. 쓰러져있는 나를 보시고 나를 안고 달려나가 차 조수석에 나를 태우시고 응급실로 향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조금만 참아라 민섭아” 이 한마디를 하신후에 진지한 목소리로 운전을 하셨다. 아버지의 그 표정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조금 화가난 표정같기도 했고 걱정하는 표정같기도 했다. 응급실로 들어간 후에 아버지는 의사랑 몇마디를 하시더니 곧바로 호흡기를 달아주셨다.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일어나니 어머니는 옆에서 주무시고 계셨고 아버지는 내가 일어난 것을 보고 나가시더니 음료수를 두 개 들고 오셨다. 그날 저녁은 아버지랑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아버지의 꿈은 파일럿이셨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좋지않던 아버지의 가정에서는 자식들 대학보낼 돈이 마땅치않아 꿈을 이루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날 이후로 아버지는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2년이 지나고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때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온 몸에 암에포가 퍼진 아버지는 결국 안락사 하셨다. 아버지는 내가 힘들 때 쉬어갈 수 있는 나무의 그늘같으신 분이였다. 이젠 그 그늘이 더 이상 없다.
“아버지 힘들때마다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그 꿈을 향해 달려가겠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글짓기부문 대상(중등부)
오지윤(홍농중1)
해마다 여름이 되면, 외갓집 담장 아래는 색색이 예쁜 봉숭아가 핀다. 무더운 더위가 지나갈 즈음, 할머니랑 우리들은 준비를 한다.
나는 주황색, 분홍색, 빨간색 꽃잎을 승윤이는 초록색 이파리를, 혜원이는 소금이랑 백반을, 세현이는 무명실을…….
시끌벅적 둘러앉아 할머니의 지휘하에 봉숭아 물들이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작은 절구에 내가 딴 꽃잎도, 승윤이가 딴 이파리도, 혜원이가 준비한 소금이랑 백반도 넣고 서로 찧겠다며 실랑이를 한다.
할머니는 곱게 찧어진 봉숭아를 우리 손톱 위에 얹고, 반듯하게 자른 비닐봉지로 감싸서 무명실로 감아주신다. 커다래진 열 손가락을 쫙 핀 우리들은 밤새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든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풀어본다. 쭈글쭈글해진 손가락 사이로 빨간 손톱이 반짝인다. 붉게 물든 손톱을 볼 때마다 할머니랑 사촌들이랑 모여서 수다도 떨고, 할머니집 마당에서 무화과랑 토마토도 따먹고 묶어졌던 봉숭아가 빠져서 희미했던 혜원이 새끼 손톱…….
정겹던 그날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진다.
유난히 늦어졌던 작년의 첫 눈, 그 때 내 손톱에는 1㎜의 봉숭아물이 남아있어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난다. 다행이도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길 바랬던 소원이 이루어졌다. 올해는 첫 눈이 빨리 오기를…….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우리들의 추억이 계속되길 바래본다.
글짓기부문 대상(초등부)
오은준(불갑초4)
영광 나와라! 뚝딱
석양빛 붉은 노을
백수해안도로를 비추고
작은 별 상사화로
아름답게 물든 불갑사
강항 선생의
삶이 닮긴 내산서원
쫀득쫀득한 초록빛깔
모싯잎 송편
야들야들하고 짭쪼름한
영광 굴비
모두모두 나와라! 뚝딱
영광 나와라! 뚝딱
2016영광상사화예술제 입상자
<글짓기 부문>
■ 대상 : 오은준(불갑초4) 오지윤(홍농중1) 송민섭(영광고2)
■ 초등부 저학년 ▶ 금상 : 이태영(홍농초1) ▶ 은상 : 김세훈(백수초2) 서예준(홍농초2) ▶ 동상 : 이가현 김도영(백수초2) ▶ 입선 : 장수민(법성포초3) 심서영 정유진 홍의영(영광초3) 정채원(홍농초3) 남궁가원(홍농서초 2)
■ 초등부 고학년 ▶ 금상 : 배은지(불갑초6) ▶ 은상 : 탁근영(영광초6) 양지연(홍농초5) ▶ 동상 : 윤혁진(법성포초4) 박주혁(영광초4) ▶ 입선 : 유승연(묘량중앙초5) 천송이(백수초5) 허보명(염산초6) 김태현 박철성(영광초4) 안시현(영광중앙초4) 이애림(영광중앙초 월송분교장6) 이시온(홍농초4)
■ 중등부 ▶ 금상 : 이수아(영광여중3) 김은총(홍농중3) ▶ 은상 : 서성경(염산중1) 이은지(홍농중1) ▶ 동상 : 장예지(염산중3) 박래인 이석민(영광중2) 김채현(영광여중3) 김세움(해룡중3) 박승민(해룡중1) ▶ 입선 : 김지영(염산중2) 강성빈 남성찬 박정호(영광중2) 정켄피(영광중3) 구은비 양소영(영광여중3) 정현승(해룡중2)
■ 고등부 ▶ 금상 : 김선화(법성고2) 봉엘림(영광고1) ▶ 은상 : 김세희(법성고1) 김기정(영광고2) ▶ 동상 : 강홍경(법성고2) 이채린(영광고1) 정다운(영광공고2) 이예슬(해룡고1) 김재원(해룡고2) ▶ 입선 어진원(법성고2) 박준영(영광고1) 김상원 이채희(영광고2) 장승원(영광공고1) 이세인(해룡고2)
글짓기 입상자 총 60명
<그리기 부문>
■ 대상 : 강하영(영광초1) 김민주(영광여중1) 주예은(영광고2)
■ 초등부 저학년 ▶ 금상 : 이시형(홍농서초3) ▶ 은상 : 류서현(불갑초2) 한지율(영광중앙초1) ▶ 동상 : 김하영(불갑초2) 강유하(영광초3) 최예준(영광중앙초2) 박서우(홍농초2) 이송현(홍농초2) 박지운(홍농서초1) ▶ 입선 : 정찬주(군남초2) 서여원(법성포초1) 박지상 정지수(백수초1) 김지아 조민경 이정현(영광초2) 서준원 이루다 김보민(영광초3) 박지윤(영광중앙초1) 남궁희 박은빈(영광중앙초2) 김정환 박희수(영광중앙초3) 윤은지(홍농서초1)
■ 초등부 고학년 ▶ 금상 : 김도은(홍농초4) ▶ 은상 : 양세빈(영광중앙초5) 박준혁(홍농초4) ▶ 동상 : 박서형(법성포초4) 김담이(불갑초5) 인다혜 송명진(영광초4) 김의령(홍농서초6) 이수현(홍농초5) ▶ 입선 : 김하영(묘량중앙초4) 김서윤(법성포초4) 김슬기(불갑초5) 김현빈(백수초5) 김미주(염산초4) 송지효 신승관 최성국(영광초4) 김성미(영광초5) 김다애(영광중앙초6) 한원형(영광중앙초 월송분교장5) 김예영(홍농초4) 강다현(홍농초5) 최영은(홍농초6) 김세현 최세희(홍농서초4) 이지원(홍농서초6)
■ 중등부 ▶ 금상 : 김지호(영광여중1) ▶ 은상 : 강민정(영광여중1) 최다연(홍농중2) ▶ 동상 : 김유라(영광여중2) 김도훈(홍농중2) ▶ 입선 : 성대호(영광중2) 김성은(영광여중1) 한정아(영광여중2) 김유림(영광여중3) 김민지(영광여중3) 김지윤(영광여중3) 김지우(홍농중1) 김준서(홍농중2) 박원표(해룡중2)
■ 고등부 ▶ 금상 : 송민지(해룡고2) ▶ 은상 : 이예빈(영광고2) 최희원(해룡고2) ▶ 동상 : 장새임(법성고1) 김창우(해룡고2) ▶ 입선 : 정예찬(영광고1) 이종엽(영광고2) 김민서(해룡고1) 주현승(해룡고2) 이다애(해룡고2) 김동국(해룡고2) 정현정(법성고1)
그리기 입상자 총 79명
글짓기 심사평
박관서 / 광주전남작가회 부회장·시인
이번 2016년 영광상사화축제 백일장의 원고를 심사하면서 내내 상쾌하고 흥겨웠다.
이번 백일장의 작품들에 나타난 작품들의 경향 역시 자신의 고향인 영광에 대한 긍지와 부모님에 대한 사랑 그리고 친구들에 대한 진지하고 따뜻한 관계의 추구가 대세를 이뤘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야 쓰는 방법을 잘 모르니 그렇겠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은 자신이 느끼는 바를 거의 그대로 쓴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는 자신의 느낌을 중심으로는 하되 쓰는 방식에 치중하기 시작한다.
감성이 일그러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되면 자신이 배운 지식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는 곧 흔히 하는 말로 문학은 자신이 ‘느낀 것’을 써야하는데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느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는 것’을 쓰려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백일장 역시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작품들은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들의 글들을 볼 때였다.
자기가 지닌 지식과 주장 그리고 논리를 앞세운 고등학생들의 글들은 솔직히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향이야 그렇다고 해도, 고등부 대상으로 선정한 영광고 송민섭 학생의 산문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유>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억과 꿈을 돌아보며 온전한 인간애를 회복하는 과정을 담담한 글로 풀어내는 솜씨가 돋보였다.
물론 초등부 저학년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불갑초 오은준 학생의 시 <영광 나와라! 뚝딱>의 발랄한 시행들과 중등부 대상의 홍농중 오지윤 학생의 시 <봉숭아 물들이던 날>에서 감성을 매개로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공감을 형성하는 모습에서 전통 깊은 문향으로서의 영광의 모습을 든든히 느꼈음을 부기한다.
그리기 심사평
나영주 / (전)민족미술인협회 영광지부장·전직교사
청명한 가을 하늘아래서 어린 초등학생들과 중·고등부 학생들이 제작한 작품 속에는 그들만이 닦아온 특별한 감수성과 땀의 결정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모두 다 보석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농익은 작품은 농익은 작품대로, 설익은 작품은 설익은 작품대로 모두 다 풋풋해서 생기를 줬습니다.
심사하면서 이 학생들의 주옥같은 작품을 어른의 잣대로 재단에서 우열을 가려낸다는 것이 몹시 조심스럽기만 했습니다.
전체적인 면에서 본다면 초등학생은 고학년 보다는 저학년이, 중·고등부에서는 고등학생 보다는 중학생의 수준이 나아 보였습니다.
주제에 맞춰 작품을 구현해 내는 모습들이 개성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의욕도 돋보이는 작품도 보기 좋았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짜임새 있게 담아 그리는 작업도 재미있지만 자기가 본 것을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재구성해서 그려내는 일은 더욱 특별한 느낌을 줬습니다.
상사화를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이나 꽃무더기를 대담하게 회화적으로 처리해 내는 모습의 발상의 전환이 신선해 보입니다.
그러나 산에서 바다의 소재를 찾는 것은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이고 공감대도 약해 보입니다.
하나의 작품은 본인의 준비성과 완성도가 정비례한다고 봅니다. 우연한 행운이란 무의미한 기대이고 보람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해 만족할 만한 작품으로 이끌었을 때 스스로 느끼는 뒷맛도 좋을 것입니다. 자기의 주관으로 아무런 도움도 없이 만족스런 작품을 끝냈을 때 그 기쁨은 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성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