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영광상사화축제 시·수필 인터넷 공모전 입상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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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광21
  • 승인 2017.10.2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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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 아들! 상사화축제 같이 갈까
박미선 / 광주광역시 남구

오전부터 내리던 빗줄기는 그치고 하늘이 몸을 낮춰 산자락에 내려 앉아 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오후 3시 한가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려니 그리운 얼굴 슬며시 떠올라 핸드폰을 꺼내 본다.
그 사람 번호를 기억해내곤 몇자 쓰다 취소하고, 다시 쓰고 취소하기를 몇 번 반복하다 가슴 한 쪽이 저려왔다. 오늘 같은 날 문자라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주 먼 곳으로 서둘러 여행을 떠난 그 사람….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 막 눈물이 나려던 참에 옆반 정 선생이 교사실로 들어섰다. 그 순간 이렇게 말했다. “오늘 같은 날 서방님한테 문자나 한방 보내지.” 그녀 버전으로 나도 모르게 말하고 말았다.
뭐라고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며 싫다고 하였다. 내가 불러 줄테니 보내라고 설득을 하며 ‘내리는 빗방울 수만큼 널 사랑해 당신의 지숙’ 이렇게 보내라고 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간지럽다고 하였다. 그러더니 진짜 보내볼까 하며 다시 불러 보란다. 핸드폰을 급히 꺼내더니 내가 불러준 대로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간지러운 문자는 처음 보내 보는데 좋아할까 하며 쑥쓰러워 했다.
그녀의 신랑은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나 내 생각에 그런 문자를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사무실 직원들에게 은근 자랑을 할 것도 같았다. 선물을 사올지도 모른다는 내 말에 설마하며 우리는 한바탕 웃고는 각자 내일 수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중략>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정 선생이 호들갑을 떨며 내 이름을 큰 소리로 불러댔다. 서둘러 교사실로 가보니 생글거리며 말했다.
어제 자기가 받은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대뜸 묻는다.
궁금해서 재촉했더니 오랜만에 꽃다발을 남편으로부터 받았다며 입이 귀까지 걸렸다. 옆에서 이 선생이 깜짝 놀라며 어제 보낸 문자 때문이냐고 다시 확인을 하는 눈치다. 문자 받고 기분이 좋아 퇴근길에 꽃가게에 들러 장미 한다발을 사왔다고 한다. 그리고는 앞으로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며 커피는 자기가 서비스한다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내가 받은 꽃은 아니지만 마치 내가 받은 것처럼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오늘은 수업도 즐겁게 진행되고 아이들도 말을 더 잘 듣는 것 같았다.
수업이 막 끝나 아이들 귀가 지도를 하는데 은하 엄마가 셋째를 업고 들어서는데 무얼 들고 들어오셨다. 이게 뭔 줄 아냐고 하며 무언가를 흔들어 보였다.
우리는 동시에 뭔가 하며 은하 엄마 앞으로 모였다.
“이거 저희 신랑이 어제 제 문자 받고 직접 만들었대요. 어제 자개작업 하는데서 일하고 있는데 제 문자가 와서 자개로 핸드폰 고리를 만들었대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거예요”하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남편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들어서 일까! 장인의 예술작품처럼 보였다.
모두들 만져보고 문질러 보고 감탄을 했다. 정말 나도 하나 갖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 은하 아빠의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들한테까지 전달되어 오는 듯하였다.
은하 엄마는 곧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내게 고맙다고 했다. 30대 중반인 그녀는 세 아이 뒷바라지에 성실하지만 철물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남편, 근처에 사시는 시부모 봉양까지 재미난 일이 없다고 늘 투덜대곤 했었다. 힘든 생활 속에서 서로 마음 표현하며 사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거 봐요. 얼마나 보기 좋아요. 앞으로는 자주 문자로 애정표현 하세요.”
이렇게 말해주었다. 옆에서 이 선생도 한마디 거들고 나선다.
정 선생은 꽃다발 받고, 은하 엄마는 선물 받고 나도 앞으로 문자 자주 애용 해야겠다며 자기도 하나 불러주란다. 저장해 놓았다 다음에 보내야겠다고 핸드폰을 꺼내며 쑥스럽게 웃는다. 좋겠다, 부럽다 다들 한바탕 난리였다. 앞으로 나보고 문자 담당하란다. 이 선생이 잠시 생각하더니 남들한테 하라고만 하지 말고 나 보고 아들한테 문자하나 보내란다.
그 때 띵동 업무메일이 떴다. 다음달 친목회는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에 가기로 결정 났습니다. 가벼운 옷차림에 운동화를 준비하세요.
상사화축제라 갑자기 머리가 묵지근해 왔다. 시계바늘이 자꾸 거꾸로 돌아가면서 풍경들이 멀리 보인다.
불갑사 석등 앞에 묵언기도, 바람에 멀리 퍼지던 맑은 풍경소리, 노스님의 독경소리, 사람들, 연인들, 가족들의 웃음, 아이 손에 솜사탕을 들려주는 아빠, 백일장의 원고지, 도화지와 물감, 노래 자랑하는 서툰 한국말의 베트남 엄마, 몇개의 풍선들이 붉은 상사화 속으로 굴러다니고 있다.
남편이 하늘로 떠난 후에는 함께 가던 상사화축제에 몇년 동안 한번도 가지 않았다. 그 없는 상사화축제 그 붉은 언덕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그 언덕에 서면 참고 있었던 울음이 터질 것만 같다.
가슴 한켠에 선 문자를 받아줄 남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명랑한 정 선생은 마음속으론 늘 착한 남편에게 고마워하고 있었지만 곁에서 통화를 들어보면 마음과 달리 남편에게 늘 명령조로 전화하곤 했다.
그런 정 선생이 안타까워 장난스런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따뜻한 문자 한줄이 보낸 사람도, 받은 사람도 모두 행복하게 해준 행복 바이러스가 되어 돌아온 것 같아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는 늘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묻어만 두고 꺼내 표현하는데 서툰 것 같다.
우물의 물은 퍼내야만 물이 다시 차오른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더 자주 마음을 나누고 살아간다면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 넉넉하고 밝은 사회가 될 것이다. 편지를 써서 마음을 주고 받던 일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이제 우리 일상에서 늘 손만 뻗으면 곁에 핸드폰이 있다.
부부간, 친구간, 부모 자식간 더 많은 사랑을, 우정을 표현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마음을 다잡고 핸드폰을 꺼내 문자 한 줄 넣는다.
“큰아들 영광상사화축제 열린다는데 같이 갈까”
“우리 셋이서…”
 한참 뒤 답장이 왔다.
“오케이 맘”
노을 번지는 칠산바다를 향해 붉어진 마음으로 묵묵히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본다.


금상 - 만져진 그리움
김영순 / 영광군 영광읍

소슬바람이 불갑산 자락에 걸렸다
새 한 마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를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고요해지면 또 걸어두는 해 질 녘

불갑사 입구를 가로지르는
연등행렬이 소망을 불러 모은다
이때쯤
외로 울 시간이다 누구나
그리움이 보이고
설움이 만져지는 상사화 저 무리들
빼어든 모가지에 그리움 매달고
삼키지 못하는 목마름으로
몇 년 전의 고뇌의 옷을 입고 섰다

불갑산 골골에
흐느끼는 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