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영광상사화예술제 글짓기 입상작
2018영광상사화예술제 글짓기 입상작
  • 영광21
  • 승인 2018.10.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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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대상

나로 인한 흉터
이해인 / 영광고2

2018년 9월11일 화요일, 영어시간에 완곡어법에 대해 배웠다.
본문에 들어가기전 네개의 단어를 완곡어업으로 표현해 봤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띈 단어가 wrinkle이었다. 이 단어를 완곡어법으로 바꿔 말하면 character lines라는데 난 그 단어의 뜻을 몰랐기에 처음에는 아이러니했다. 그러나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wrinkle은 주름살이고 이를 돌려 말해 의역한 것이 ‘세월의 흔적 정도 되지 않을까?’ 하시는 영어선생님의 말씀에 뭔가 울컥했다. 더불어 선생님 이마에 그어진 character lines가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울컥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지도 모른다. 선생님께 장난치고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주름살이 처음으로 보인 날이었다.
그날 저녁, 엄마와 저녁을 먹는데 수업내용이 생각났다. 우리 엄마는 영원히 젊을 것 같았는데 엄마의 눈가에도 ‘세월의 흔적’이 깊게 스며 있었다. 미안했다. 그냥 미안했다. 그저 미안했다. 엄마의 48년 인생중 18년을 함께 한 나지만 나의 18년 때문에 그 주름살이 생긴 것만 같았다.
그동안 엄마한테 화내고 짜증냈던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를 이유없이, 하염없이, 사랑해준다는 이유로 나는 엄마를 가장 당연한 존재로 여겼다. 난 내가 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였다.
어릴 때는 그래도 엄마에게 재롱을 부리기도 하고 고맙다는 말도, 잘못했다는 말도 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용기가 필요해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삼켜버리곤 한다. 화내는 것만 습관이 돼 버렸다. 택시기사님께, 식당종업원분들게 ‘감사하다’고 말하듯 엄마에게도 한다면 지금껏 엄마에게 비수가 돼 꽂힌 나의 말들이 조금은 치유될텐데.
가장 가까운 이에게 가장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은 비참하고 슬픈 일이다. 내가 용기내기 위해 고민하는 동안 그렇게 엄마의 주름살은 깊게 패여갔다.
‘세월의 흔적’, ‘주름살’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엄마의 눈가는 ‘나로 인한 흉터’이다.


중등부 대상
‘주름’ 그 미와 멋
김다미 / 영광여중1

주름선이 많은 가리비에도 진주가 있다. 부채는 주름골이 깊고 각진 주름이 많을수록 아름답다. 한복의 치마주름은 여인의 미를 높이고 어르신의 두루마기는 안방마님의 불다림질로 어느 댁보다 주름을 각잡아 그 집 양반의 격을 세운다.
사람의 주름살, 세월이 안겨준 아름다운 흔적. 노부부의 얼굴에는 오랜 세월의 추억과 삶의 향수들의 주름 사이에 베어 있다. 주름살 하나에 잊지 못할 웃고 슬픈 옛이 있으리라. 마치 기억의 저장을 뇌가 아닌 주름골에 깊이 묻어둔 듯 하다. 깊은 주름부터 옅은 주름까지 사연들과 옛 모습은 주름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을까? 그저, 다른 모양으로 주름진 얼굴을 보며 추측하며 가늠해 본다.
살풋 웃으면 돋보이는 그 주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저게 절로 생기는가. 아니다. 많은 경험과 세월이 어울어져 아름다운 골 하나하나가 새겨지며 주름을 만들어 낸다. 해맑은 웃음이 녹아 있고 살결을 따라 흐른 눈물이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이마 위에 새겨진 주름은 아마 아픈 상처가 가득 하겠지. 애써 눌러 참으며 찡그리던 그 시절이 지금의 주름을 만들어 냈을거야. 그 시절을 이겨낸 자만 얻을 수 있는 그 멋과 미. 이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으랴. 비록 지금의 내 얼굴에선 주름의 멋을 찾아볼 수 없지만 몇십년 후 내 얼굴에 아름다움으로 가득 수놓아지는 날을 꿈꾸며 ‘싱긋’ 하고는 얼굴에 미소를 띄워본다.
아름다운 이마의 주름을 가진 노무현 전대통령님,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립고 보고싶다. 나, 김다미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주름은 어떤 생김새를 하고 있을지 고개를 들어 눈을 감아 그려본다. 입 주변과 눈가가 친절한 옆은 주름살이 가득하고 이마엔 내 나라에 이 사회를 위해 훌륭한 일을 도울 수 있도록 고심한 흔적의 격이 진 깊은 주름을 가질 것이라 그려본다.
주름살이 많을수록 부채주름처럼 골진 나의 주름 사이사이로 나의 업적을 저장해 가며 성장하고 마지막까지 삶을 살아가길 소원해 본다.


초등부 대상

한숨과 주름살

최선웅 / 영광초4

우리 외할머니는 뵐 때마다 힘드신지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눈도 크고 코도 오똑한데, 일하시고 할아버지를 돌보며 항상 바쁘셔셔 주름이 굉장히 많으시다.
얼굴은 까맣고 햇볕에서 일을 하시니 주근깨도 많으시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치매환자시다. 집에만 계시고 누워만 계시니 할머니께서 씻고 닦고 하신다.
요즘 우리 외할아버지의 관심은 마당에 연 감나무다. 아직 작아서 먹을수가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 따버린다고 빨리 따라고 하신다. 어쩔땐 너무 아프셔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신다. 외할아버지가 너무 아파하시니 불쌍하고 나도 눈물이 난다. 몸이 불편해 잘 움직이질 못하시고 통증이 심하면 몸부림치시는데 그 모습을 보고 계시는 할머니는 같이 울기도 하고 약도 주신다.
우리 외할머니는 아침부터 계속 할아버지를 옆에서 챙기시고 농사일을 하시는 천하장사 같으시다. 엄마, 아빠가 도와는 주시지만 할머니의 일은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 매일매일 힘드신 할머니와 같이 매일매일 늘어나는 주름살은 나를 슬프게 한다.
할머니께서 매일 바를 수 있는 로션을 사다드려야겠다. 꿈에서라도 할머니의 주름살이 사라지고 예쁜 얼굴로 활짝 웃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할머니, 힘내시고 건강히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해요.”


초등부 저학년 금상

우정그릇

정명도 / 백수초3

우정그릇이 깨지면
친하던 친구하고도
웬수가 될 수 있다

깨진 접시처럼
우정이 깨지면
마음에 상처만 준다

우정도
그릇도
함부로 깨는게 아니다

내 친구 휘중이와는
싸우지도 않았는데
우정이 깨졌다

지금은 아주 친한 사이가 됐지만
그때는 좀 슬펐다
나도 모르게
우정그릇이 깨졌나보다

지금은 잘 붙어서
반짝이지만
그 흠은 남아 있나보다


초등부 고학년 금상

손톱

정에스더 / 불갑초5

내 마음이 불안해
내 마음이 힘들어
내 맘 속 걱정거리들

불안해서
힘들어서
손톱을 아그작 아그작

내 마음 속 걱정
내 마음 속 스트레스
내 마음 속 걱정거리들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 때문에
손톱을 아그작 아그작

여기 저기
상처뿐인 내 마음
이곳 저곳
상처뿐인 나의 손톱

눈물처럼 흐르는
빗물 한 방울
내 마음을 치유하는
눈물 한 방울


초등부 저학년 은상

망친 시험

김민주 / 홍농초3

쿵! 쿵! 쿵!
선생님 발걸음 소리가
탱크소리 같다

내 가슴은 두근! 두근!
점수가 높길 바라며
기대하고 있다

슥~쓰윽~ 빨간펜으로
채점하는 소리 내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뚜벅뚜벅
선생님이 채점한
시험지를 나눠준다

헉! 점수가 오십점
선생님이 내 가슴에
총을 쏘는 것 같다

백점을 맞을 것 같은데
오십점 이어서 너무 속상했다
이번 시험은 정말로 망친 시험이다


초등부 저학년 은상

오늘도 시험

김나현 / 백수초3

오늘도 어김없이
시험을 봤다

오늘은 영어시험
내일은 국어시험

오늘도 역시나
소나기가 내렸다

비와서 상사화축제도
못갔는데
내 시험지도 비가 내린다

한 문제, 한 문제
틀릴 때마다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집으로 간다

한 문제, 한 문제
틀렸던 것을
한 걸음, 한 걸음
꾹 밟고 간다

소나기 젓은
내 마음
다독다독 밟아주며
집으로 간다


초등부 고학년 은상

주름살

김지은 / 영광중앙초5

박보검처럼 잘 생기고 멋졌던
아빠의 젊은 날은
힘들게 일하시느라 새까맣게
그을린 숯검댕이 주름살이 되었고

선미처럼 어여쁘고 아름답던
엄마의 젊은 날은
공부해라! 밥 먹어라!
쉴새 없는 잔소리 주름살이 되었네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평생을 만나지 못하는
슬픈 꽃말처럼

상사화는 그렇게 보고싶어
주름살이 늘어가나 보다


초등부 고학년 은상

우정

홍주은 / 영광초6

비가 내리는 날에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하얗고 예쁜 얼굴에
밝은 미소를 가진 친구였다

꽃처럼 아름다운 친구여
한송이 장미꽃처럼
예쁘고 예쁘다

만나고 싶은 친구지만
만날 수 없는 친구여
상사화처럼 서로 만날 수 없고
서로 생각만 한다는 것이
꼭 나와 닮았구나

비가 내리는 날에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초등부 저학년 동상

웃는 그림

이태영 / 홍농초3

엄마 얼굴에
하나 둘씩
늘어가는 주름은
내가 만든
낙서 같아요

우리 엄마
결혼할 때
예뻤던 얼굴

내가 말썽부리면
앵그리버드 눈썹되고
내가 아프면
축처진 꽃잎되고

힘들고 어려웠던 마음
쌓이고 쌓여
주름이 됐나봐요

이제부턴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마음
쌓고 쌓아
웃는 주름만
만들어 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