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불갑산상사화축제 기념 인터넷공모전
2018 불갑산상사화축제 기념 인터넷공모전
  • 영광21
  • 승인 2018.10.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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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 수상소감 - 김재녕 / 광주광역시

불갑산상사화축제가 한창이던 9월 중순 어느 날, 장모님을 여읜 아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보듬어주고 싶어 찾았던 상사화축제.
많은 볼거리와 들을거리 속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피어 있던 꽃무릇 덕분에 나와 아내의 마음은 따뜻해졌었다.
그런데 그런 좋은 기억들이 하나씩 희미해져 가던 10월 중순 느닷없는 문자 한통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상사화축제행사로 <불갑산상사화축제 인터넷공모전>이 있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수막을 사진으로 찍어 왔었다.
평소에도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공모전 같은 곳에 글을 출품해 본 적은 없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축제에 다녀온 추억을 간직하고자 글을 썼다. 그리고 입선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난생 처음 글을 접수했다.
아내에게 입선 정도의 솜씨라도 자랑하고픈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대상이라니, 처음에는 믿지 못하였지만 장모님의 영면을 맞이한 아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남편의 담백한 표현을 높이 사주신 것이라 생각되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영광, 불갑사, 상사화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내 인생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 심사평

대부분의 작품들이 ‘임, 사랑, 미련, 흔적, 그리움, 운명, 세월, 기다림’ 같은 상투적인 언어 놀음에 빠져 있었다.
우리 몸 안에 있는 피나 뼈가 밖으로 드러나면 안 되듯이 저러한 관념들은 될 수 있으면 글로 표현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문학의 첫번째 불문율이다.
사물 또는 풍경을 그림을 그리듯이 충분히 보여 준 다음에 문학적 화자의 정서를 표출하는 방법인 선경후정先景後情의 원리는 한시漢詩의 전통적인 시상 전개 방법이지만 오늘날까지도 충분히 되새겨야 하는 문학의 일반적인 원리이기도 하다
이번 백일장에서는 산문이 강세였다. 수필작품 <잔인했던 2018년 여름을 치유한 불갑사 상사화>를 대상을 선정했다. 제목을 정하는 방식이나 문장을 서술하는 솜씨가 일견 서툴러 보이지만 영광불갑사로 상사화를 보러오는 직접적인 여행체험을 통해서 장모님과 아내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이 백일장에서 요구하는 현장감은 물론 문학작품으로서 충분한 공감을 일으킨다.
그런 점에서 금상을 차지한 <길상사에 핀 상사화>나 <천상재회>는 문장 서술에 있어서나 글의 구성에 있어서 이미 수준급에 올랐다는 점이 되레 일반시민 대상 백일장임을 감안해 감점 요인이 되었다는 점을 부기한다.
물론 문학이란 글쓰기로 시작되지만 최종적으로는 글쓰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심사자의 심정이 오롯이 담겼음은 물론이다.


심사위원 박관서
시인·광주전남
작가회의 회장


■ 대상 수상작

잔인했던 2018년 여름을 치유한 불갑사 상사화

남들은 덥다고만 아우성쳤던 이번 여름에 나에겐 더운 것 말고 다른 고통이 하나 더 있었다. 5월말부터 서울에 계시는 장모님의 병환이 더욱 위중해지셨다.
4년전 한쪽 신장을 암으로 떼어낸 후에 그럭저럭 버티시더니 폐암말기 진단을 받고 마셨다. 장녀인 아내는 그때부터 서울적십자병원에서 5~6일은 장모님을 간호하고 3~4일은 광주에 내려와서 밑반찬도 해 놓고 집안 정리도 해 놓고선 또 서울로 올라가는 생활이 시작됐다.
덕분에 나는 때아닌 홀아비 신세가 되었고 특히 주말에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하여 내가 사는 광주를 중심으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곳들을 찾아 여행을 다니곤 하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10여년을 보내고 광주로 내려와 전남대학교에 자리를 잡은 지 어언 23년이 되었다. 강산이 두번 바뀔 시간을 이곳에서 지냈으니 광주 인근의 도시들은 이미 섭렵했었다. 그러나 급한 성격 탓에 어디를 가도 차근차근 다 둘러보지 못하고 서둘러 광주로 돌아오곤 했었다. 영광도 내겐 그런 곳이었다.
이런 생활이 시작된 지 2달 정도 지난 7월 하순의 어느 주말, 영광 불갑저수지 수변공원과 칠산타워를 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영광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꽁꽁 얼린 생수병을 하나 달랑 들고 한시간 남짓 차로 달려 도착한 불갑저수지 수변공원은 사람도 거의 없이 잔잔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넓디넓은 불갑저수지 주변을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을 거의 돌고 나니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다리도 제법 아파져 왔다.
그러나 덕분에 두어달 막혔던 가슴이 시원하게 뻥하고 뚫리는 느낌이었다. 여러 조형물과 훤하게 트인 경관, 잘 만들어진 산책로들이 마음을 한층 여유롭게 해 주었다.
40℃ 가까이 달궈진 햇볕 아래지만 나름의 작은 그늘을 찾아내면서 또 한편으로는 연신 부채질을 해 가면서 걸었지만 이따금 불어오는 실바람 덕분인지 가슴만은 시원함을 느꼈다.
수변공원을 뒤로 하고 잠깐의 운전으로 향화도에 위치한 칠산타워에 도착하였다. 남도에서 제일 높다는 칠산타워의 엘리베이터는 3층에서 1층을 내려오는 데 시간이 정말 많이 걸렸다.  
조바심을 내며 기다렸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의 전망대에 오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무려 111m에 달하는 남도에서 제일 높은 전망대라니 당연하다 생각되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칠산대교는 건설 전이지만 이미 매우 웅장하고 미래 발전된 영광의 모습을 미리 말해주는 듯했다.
주변머리가 없는 나는 혼자서 제대로 된 밥을 사 먹는 것도 쑥스러워 칠산타워 앞에서 나이 지긋한 부부가 팔고 있는 설탕을 듬뿍 뒤집어쓴 꽈배기를 몇개 사서 점심을 해결하고 영광의 나머지 부분들을 조금 더 둘러보기로 하였다. 아들과도 함께 왔었던 그 아름답던 추억이 깃든 백수해안도로를 다시 찾았다.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보며 아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산책로를 걸었다.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허기가 밀려왔고 저녁 무렵의 예쁜 노을까지 볼 기회는 또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였다.
광주에서 한시간이면 언제라도 다시 올 수 있는 가까운 곳이기에 나중을 기약하며 광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몇시간의 영광 여행으로 잠시나마 서울에 계신 장모님 병환 걱정, 매일 밤을 거의 세우며 간호하는 아내의 건강 걱정 등등으로 심란했던 마음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던 하루였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장모님은 결국 광복절 다음날 유명을 달리하셨고 삼우제까지 마친 우리 가족은 다시 광주로 복귀하게 되었다.
결혼후 지난 32년 동안은 서울과 광주의 물리적 거리 때문에 장모님과 아내가 함께하지 못한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석달 가까이 장모님을 곁에서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면서 아내는 장모님과 많은 시간과 추억을 함께 했다.
그러나 아내는 장모님을 보내고 나서 상당한 시간이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힘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외로움인지 서글픔인지 심연을 알 수 없는 우울함이지만 아내의 마음을 조금은 풀어주고 싶었다. 한달이 거의 다 되어가는 9월15일, 장모님이 돌아가시고 딱 30일 지난 날이다. 아내가 정말 좋아하는 상사화(꽃무릇이어도 좋고)를 보러 불갑사에 가자고 하였다.
두어번 갔었는데 뭐하러 또 가려고 하냐면서 못마땅해하던 아내는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다.
하지만 내 눈에는 이미 벌써 아내의 마음이 조금은 기대감으로 설레는 모습이었다.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찾은 영광. 영광군은 불갑산상사화축제에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았다. 우선 주차장이 11개나 되다 보니 먼 주차장으로부터 축제행사장 입구까지 셔틀을 이용하게 해 주었다. 엄청난 대수의 버스를 임대하여 무료로 운행하는 것도 좋았고 주차 및 안내 도우미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친절하게 안내하여 준 덕분에 관람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정말로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들을거리 등이 풍성했다. 입구를 지나 불갑사로 들어가는 길은 온통 불바다였다. 모악산에서 시뻘겋게 흘러내린 용암이 불갑사부터 뒤덮고 있는 것 같았다.
나무 아래마다 모여 피어 있는 꽃무릇무리는 아마도 각자가 서로 너무도 외롭기에 이리 무리를 지어 피는가 싶다.
스님, 예전의 히트곡 가수 그리고 이름 모를 젊은 가수들의 거리공연은 걷는 재미와 보는 재미에 더하여 듣는 즐거움까지 선사해 주었다.
잎과 꽃이 피는 시기가 달라 영원히 둘이 만나지 못한다는 상사화든 상사화와 생태가 비슷하다는 꽃무릇이든 이들은 서로 보고파도 만날 수 없어 상사병이 걸릴 지경이란 은유로 많이 회자한다.
마치 아내와 장모님의 관계가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애달픈 상사화 신세가 되어버린 것 같아 한순간 가느다란 초록 줄기에 화려한 붉은 큰 머리를 지고 있는 상사화가 더욱 애처롭다.
예전 아내와 내가 젊은 시절 듣던 노랫소리와 어우러진 상사화 물결의 의미들이 아내의 마음과 공명이 되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아내의 마음에 새로운 희망이 불타오름이 느껴져 왔다.
상사화가 이제 막 한달이 지나고 있는 아내와 장모님과의 이별을 치유하는데 조금의 도움을 준 것 같았다.
지긋지긋하게 무더웠던 날씨와 아내는 물론 내게도 무척이나 힘들었던 세 달간의 장모님 병간호 그리고 영원한 이별을 안겨 주었던 2018년의 여름이 영광불갑산상사화와 함께 한 여행으로 조금은 잊힐 것만 같다.     
 

■ 은상 수상작 - 박봉숙 / 경북 구미시

꽃무릇

돌아서는 마음도 저리 고울 수 있다면
나도 네게 무릎 꿇고 싶다

지나간 흔적도 남기지 마라
어떤 기막힌 연애가 이렇듯 깨끗할까

살아 있는 동안 만나지 못 해도
처음부터 하나였다는 거짓말

한마음 곧게 펼치다 뚝 끊어 놓고
상처라 하지 않는 애타는 심정

함께 하지 못 한다는 거 알았다면
그토록 꼿꼿이 기다리지는 않았을 터

너무 흔한 사랑은 말자
너무 흔한 인연 붙잡고

 

■ 은상 수상작 - 김영순 / 영광군

그리운 것들은 흔들린다

온누리의 수런거림은
이곳에서 소리를 낮추나보다

불갑산으로 흘러와 잠적하는 세월이 머뭇거리는
햇살 익어가는 오후
상사화 축제는 사뭇 그렁거린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풍경이 되고
가만히 있어도 흔들리는 것들은
좌우를 나누지 않아도 길이 생겨난다

군데군데 웃자란 참식 나무들은 종종 이파리 흔들어
햇빛의 소란함을 안치고 있다
부푸는 고요 속 바스러지는 낙엽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떨어지고
흘러간 시간들의 냄새가 번진다

숲의 가운데쯤에 오손도손 모여 앉은
대웅전과 부도탑들


슬픔도 연민도 모두 비워낸 창살무늬 꽃 문도
해쓱한 낯빛이다

불갑사 뜰 안에 낙엽들 수런거리고
날 선 가을이 풀렁이는 날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