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 저온저장고 과징금 폭탄에 농가들 화들짝
농업용 저온저장고 과징금 폭탄에 농가들 화들짝
  • 영광21
  • 승인 2023.02.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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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단속 잠정중단 … 쌀 김치 보관하던 농가들 큰 혼란

 

 

 

 

 

 

 

 

 

 

 

 

 

 

 

 

 

한국전력의 농업용 저온저장고를 대상으로 한 전기요금 폭탄 소식에 지역농가들이 큰 혼란에 빠지며 극도의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6일 나주시에 있는 한전 본사에 대한 농민단체의 집단항의와 면담 끝에 농사용 전기사용 단속을 잠정중단하겠다는 약속으로 극도의 반발은 수그러들었지만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대부분의 일선 농가들에서는 농업용 저온저장고를 기본으로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영광군도 해마다 보조사업을 통해 저온저장고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31대의 저온저장고를 포함해 올해도 56농가 등 19년 이래 5년간 580대의 저온저장고를 지원했다. 군청 지원을 받지 못한 농가 상당수도 자비를 들여 저온저장고를 설치하는 상황이다. 
농업용 저온저장고는 ㎾h당 139.9원에 달하는 일반용 전기요금이 아닌 56.9원이 적용되는 농사용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상황에서 최근 구례군에서 저온저장고 사용실태 점검 결과 농산물이 아닌 김치, 메주 등 가공식품을 보관했다는 이유로 60여곳 농가가 5,000여만원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은 전남도내 각 지역으로 확산돼 1월 들어 영광지역에서도 저장고 사용실태 단속중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와 농가들에서 쌀과 김치 등을 저장고 외부로 옮기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영광읍의 80대 중반 한 어르신은 “한전에서 저온저장고를 단속한다고 해 보관하고 있던 쌀 20여포대와 김치를 저장고 밖으로 옮기고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했다”며 “날씨가 그나마 추워서 저장고 밖에 내놓은 몇일간 아무런 이상이 없어 다행이었다”고 토로했다. 
한전은 1월 하순 “저온저장고의 농사용 전력사용은 농작물을 보관하는 경우에 한해 적용한다”며 “농사용 전력을 적용받는 저온저장고에 김치, 두부, 메주 등 가공식품이나 식당에서 사용하기 위한 식자재는 보관대상 품목이 아니다”고 안내문을 발표한데 이어 농가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또다시 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으로 일선 농가들의 반발은 확산됐다. 농업·농촌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6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주최로 한전 본사앞에서 열린 집회에 100여명이 넘는 농민들이 참석했다.  
전농 광전연맹 이갑성 의장은 “한전은 다른 것도 아니고 저온저장고에 김치와 쌀을 보관했다는 이유로 농민에게 농사용 전기를 불법 사용했다는 프레임을 씌웠다”며 “저온저장고에 도대체 무엇을 보관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또 지역농민을 대표해 노병남 영광군농민회장은 “한전이 가진 구조적 비효율성을 개선하지 않고 얼마 되지 않는 농민을 괴롭혀 적자를 해소하려는 알량한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며 “한전은 스스로의 운영구조와 전기활용방식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광군도 이같은 상황이 확산되기에 앞선 지난 1월27일과 이달 2일 전남도에 농산물뿐 아니라 가공품의 저장 개선을 건의하고 법률 개정 전까지 단속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전 영광지사와 협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의 전향적인 자세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