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오후 백수읍 원불교 영산성지에서 의미 있는 나무심기 행사가 열렸다.
오얏, 록리, 미선나무 등 이제는 거의 사라져 그 이름도 생소해진 멸종위기 토종나무 위주의 숲을 만든 것이다. 원불교 환경연대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나나무)>사업단이 주최하고 산림청 협조로 원불교 영산성지사무소, 원불교 영광교구, 민들레세상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 서울과 영광주민들이 함께 나무를 심었다.
<천지보은 성지숲>이라 이름 붙인 이 작은숲에는 록리, 오얏, 돌배, 참배, 신배, 개암, 정향나무, 미선나무, 꾸지뽕, 노각나무, 정향나무, 토종 모과, 팥꽃나무, 우리 토종 소나무 등 10여가지 종류가 넘는 토종나무가 자리 잡았다.

원불교 환경연대의 <나나무>사업단은 지난해부터 단일종 나무심기가 아닌 보다 생태적이고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는 숲 조성을 고민해왔다. 시중에 유통되는 나무들은 대부분 수입종과 유전자 개량종 나무들이고 주변 환경과 식생을 고려하지 않은 단일종의 획일화된 나무심기 행사가 범람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토종 과일나무 살리기 모임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다양한 종의 토종나무를 확보해 민간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영광에서도 첫 토종나무숲을 조성하게 된 것이다. 산림청에서 공급해준 토종 소나무는 북한의 삼림 황폐화를 돕고자 남북협력 차원에서 북한에 보내기 위해 토종 종자를 찾아 키운 나무다.
우리 고유의 식물종들은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 급속한 경제 개발을 거치며 거의 멸종돼 왔다. 또 서양과 일본에 대부분 종자를 도둑맞아 우리나라 자생 식물임에도 일본인이나 서양인의 학명이 붙어 소유권을 빼앗긴 상황이다. 공식적인 기록만 1984년부터 5년간 미국 국립수목원의 주도로 950종, 6,000점의 식물이 반출됐고 일제 강점기 시절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외로 반출돼 미국이 육종한 신품종이 비싼 값에 우리나라로 역수입되고 있는 단적인 예는 구상나무가 대표적이다. 전세계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의 80%를 차지하며 정원수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구상나무는 지구상에서 1속1종으로 우리나라밖에 없는 나무이지만 일제강점기에 미국으로 건너가 품종이 ‘난장이 구상나무’ 등 10여가지로 개량됐다.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과 주민들은 “처음 접하는 우리 토종나무에 대해 배우며 수탈의 역사 속에 식물자원 침탈의 아픔을 되새겼다”며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생물 다양성, 남북평화라는 소중한 의미들이 담긴 토종나무숲이 전국에서 최초로 영광에 조성된 데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토종나무숲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원불교 영산성지사무소와 영광교구는 터를 내주고 토종나무숲 조성을 위해 적극 협조하며 지역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잘 관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