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부끄럽기만 한 외국인보호시설
한없이 부끄럽기만 한 외국인보호시설
  • 영광21
  • 승인 2007.02.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 칼럼 / 박찬석 / 본지 편집인
이제 며칠만 지나면 설이다. 이런 시기에 여수의 법무부 출입국 사무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외국인 2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가슴 아픈 사고가 발생하여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상자들의 대부분이 낯선 한국에 와서 돈을 벌어 성공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야무진 '코리안 드림'을 한때 가슴에 가득 품었으나 불법체류나 밀입국 등의 혐의로 강제송환을 앞둔 사람들이어서 사람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세계화를 부르짖는 한국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사고로 외국인 보호시설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확연히 드러났다.

더욱이 불과 2년전에 지어진 새 건물에서 일어난 불로 어떻게 이처럼 많은 인명피해가 났는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 건물에는 소방시설의 기본이라고 할 화재경보기조차 작동되지 않았고, 소방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자동 소화장치인 스프링클러마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또 이번 사고가 난 여수출입국사무소에서는 과거에도 러시아인에 의한 비슷한 화재사건이 있었지만 당시 법무부에서는 화재를 경계하라는 공문만 내렸을 뿐 대형사고를 예방할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자초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서 더욱 할 말을 잃게 한다.

불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을 조금만 눈여겨 지켜보고 초기에 제재하기만 했더라도 단순한 소란 정도에 그쳤을 수도 있었던 불이 많은 사람들의 인명을 앗아간 것은 초기대응에 미숙해서라는 지적도 있어서 울화가 치밀기까지 한다.

강제추방 절차를 밟게 되는 외국인들에 대한 우리의 인권의식과 관리수준이 얼마나 미흡한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은 곳곳에 널려 있다. 단지 우리보다 조금 가난하게 산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그들을 업신여기고 무시한 사건들을 그동안 우리는 도처에서 손쉽게 볼 수 있었다.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세월 전에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알량한 자만심이 낳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을 실감할 수 있어서 깊은 자괴감에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특히 불이 난 여수출입국관리소는 몇년전 어느 미국인이 열악한 인권실태를 고발해 인권탄압 논란이 일기도 했고,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문제와 관련해 두차례나 권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외국인의 인권에 대해 철저히 등한시하는 우리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불법을 저지른 외국인들의 보호시설이라 하더라도 인권을 침해하거나 화재에 무방비인 상태로 놓아둬선 안 된다. 죽을 죄를 지은 중죄인마저 인권이란 미명으로 보호하는 마당에 가벼운 법을 어긴 사람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사고가 나도록 방치한 당국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지만 정부는 이제라도 보호시설을 철저히 점검해 다시는 이와 유사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에 화를 당한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정중한 사죄와 배상 등 사후관리에 허술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