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한 교복문제 해결의 지름길은 공동구매
심란한 교복문제 해결의 지름길은 공동구매
  • 영광21
  • 승인 200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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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설 연휴가 끝났다. 기쁜 마음 한켠에는 빠듯한 주머니 사정으로 차례를 지낼 음식을 장만해야 하고 아이들의 설빔에 세뱃돈을 주어야 하며, 어른들의 용돈까지 챙기느라 마음고생으로 명절을 맞이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고 쪼들리는 가난이란 내세울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 가난은 죄를 지은 것 이상으로 주눅이 들고 맥이 빠지게 한다. '가난도 제 탓'이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가난이 대물림된다는 조사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서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이런 '억지 위안'은 버겁기만 한 현실의 연속된 무게감 앞에서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그중에 하나가 새학기를 앞두고 장만해야 할 중·고교 학생들의 교복 문제다.

교복 한벌에 25만원에서 30만원선이 보통인가 하면 어떤 학교 교복은 수입 원단을 사용했다며 70만원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를 한 학부모 단체가 내놓았다.

웬만한 어른 신사복 정장 한벌 값이다.
값도 값이려니와 유명 교복 메이커별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아 업체끼리 담합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이 짙다고 학부모 단체는 주장한다.

우리나라 중·고교의 97%가 교복제를 채택하고 있고, 전체 물량의 약 80%를 이른바 '4대 메이저'가 공급하고 있어서 학부모 단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의혹이 일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가격담합을 했는지, 공동 구매를 방해하거나 재고품을 신품으로 속여 팔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과장 광고는 하지 않는지 현장조사에 나섰다.

교육부도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먼저 교복구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신입생은 5월까지 자유복을 입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임시방편의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미 교복을 준비한 신입생들은 교복을 입어야 할지 말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한 학교에 교복을 입은 학생과 입지 않은 학생들이 뒤섞여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또 새학기 대량수요에 대비해 물량을 잔뜩 준비한 유통업체는 재고품만 쌓이게 됐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당국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교복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로서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교복 공동구매제다.

교복 공동구매가 실현되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 고민을 덜어주고, 가격 거품이 빠져 시중가의 거의 절반 수준에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교복 공동구매는 지지부진하다. 전체의 8.7%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뜨거운 감자로 불거진 교복 구매에 학교가 어설프게 관여했다가 잡음이 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으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근 꼴이다.

이제 교복 공동구매제 실시를 위해 교육부, 학교, 학부모가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본다.

또 하나, 지금 몇몇 학교에서 아름다운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는 교복 물려주기를 적극 권장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교복 논란은 올해로 충분하다. 내년 신입생은 정식으로 교복을 입고 입학식을 갖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교복으로 인해 가난한 가정의 청소년들의 가슴에 또 한번 못질을 하는 일이 없는 세상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