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농촌 피폐함 확인한 우울한 명절
농업과 농촌 피폐함 확인한 우울한 명절
  • 영광21
  • 승인 200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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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칼럼 / 2007년 설에 돌아본 우리 지역
설 연휴에 지역을 돌아다녔다. 몇 분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고 재래시장과 복지시설을 방문했다.

설과 추석이면 나는 늘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연휴가 짧아 일정을 조금 줄였다.

재래시장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기본적으로 지방경제가 계속 위축되기 때문이다. 농업과 농촌의 피폐로 농민들은 구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방경제의 활력을 앗아가고 있다.

농촌의 고령화는 지방경제에 더욱 심각한 타격을 준다. 농촌의 노인들은 돈도, 돈 쓸 일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지금 농촌은 거대한 양로원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의 출현이 재래시장을 더욱 옥죄고 있다. 대형 마트가 군청소재지만도 3~4개씩 생겨나 얼마 남지 않은 손님들을 쓸어가고 있다. 재래시장은 거의 질식상태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분노와 절망에 빠져 있다.
농촌에는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경제피폐와 고령화로 지방의 미래는 매우 어둡게 느껴진다.

20~30년 후의 농촌이 어떤 모습일지, 자신있게 그려내는 사람이 별로 없다. 농업과 농촌은 구조조정의 일대 전환기에 놓여 있다.

그 전환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전환의 고통은 최소화해야 한다. 장단기 정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와 행정의 의무다.

명절이면 나는 노인보호시설과 어린이집을 빠짐없이 찾아다니려 애쓴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런 시설들의 현황과 애로를 파악하고 도와드릴 일이 뭘까를 챙기기 위해서다. 그런 시설들을 빠짐없이 찾아다니려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런 시설들을 둘러보면서 나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얻는다. 인생이 뭔가를 생각하게 되고, 나 스스로 겸허해지는 것을 느낀다.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판단력마저 잃어가는 노인들을 뵈면서 인생의 황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황혼이 아름다우면 그날 하루도 아름다워지거늘, 저 어른들의 황혼은 어떤가. 인간은 진정 존엄한 존재인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 저 어린 나이에 버려짐의 두려움과 어쩌면 죽음의 공포를 경험하고 있을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무너질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

저 아이들에게 버려짐의 무서움은 어느 정도일 것인가.
혹시 그것이 저 아이들을 공격적으로 만들지는 않을까. 저 아이들에게 사회에 대한 증오를 심어주지는 않을까. 인간의 불평등은 얼마나 뿌리가 깊은가.

우울한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나 자신도 저 바닥까지 낮은 인간임을 재확인한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복지정책은 더 미룰 수 없다. 인간의 선천적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보장정책이 시급하다. 노인과 어린이를 외롭지 않게 하는 세심한 정책과 배려가 절실하다.

이번 설 연휴에는 출향 향우들의 귀성이 줄었다. 예년 같으면 골목마다 외지 자동차가 즐비하고 지방택시들도 손님 태우기에 부산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외지 자동차도 줄고 지방택시도 손님이 많지 않았다.

귀성이 줄어든 것은 왜일까. 연휴가 짧았기 때문일까. 도시도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귀향을 포기한 사람이 많아졌을까. 교통의 발달로 평소에 자주 귀향하기 때문일까. 혹시 고향과 가족에 대한 생각이 엷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개체화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지역민들은 정계개편과 중도개혁세력 통합에 꽤 높은 관심을 보여 주셨다. 차기 대통령선거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았다. 관심이 높은 만큼 걱정도 많으신 듯했다. 그러나 정치 얘기는 여기서 줄이려 한다.

이낙연 국회의원<민주당/함평·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