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은 아무나 하나
삭발은 아무나 하나
  • 영광21
  • 승인 2007.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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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일반적으로 삭발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일종의 자해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삭발을 함으로써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외모와 이미지에 대한 손상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삭발을 2월26일 국회본회의장 앞에서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들이 감행하였다.
이유인즉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 그런다는 것이었다.

공개적인 삭발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해서라도 알리기 위해 많이 택하는 시위의 수단이지 결코 강자의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이날의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들이 한 삭발은 설득력도 없고 오히려 비웃음만 샀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나 장관이 국정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삭발을 하였다고 한다면 과연 한나라당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정말 궁금하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보여준 행태를 생각하면 보지 않아도 훤하다. 국민을 위협하는 행위를 했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비아냥거렸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삭발을 한 행위는 분명 국민과 정부를 위협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약자의 입장에서 마지막 생존권이나 인권의 저항수단으로 삭발을 한 것이라면 '오죽하면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원내 제1당이란 위치에 있는 강자가 보여준 삭발을 보면서는 '저 사람들 저러다가 자칫하면 큰 일 내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얼마전 의사단체의 한 집회 때 한 의사가 칼로 배를 그어 자해하는 일이 있었다.

사회의 엘리트층이라고 모두가 인정하는 의사의 그런 파격적 모습에 대해 공감을 느끼기보다는 걱정과 왠지 모를 위압감을 느낀 사람들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런 극단적 방법이 아니더라도 의사 집단의 주장과 의견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원내 제1당이자 차기 대권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나라당 원대부대표들의 삭발 모습에 물론 많은 사학들은 흐뭇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걱정과 당혹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들이 비정규직이나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명분에서 삭발을 한 것이라면 또 모르겠으나,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사학법의 재개정이다.

사학들이 사회적 약자도 아닐뿐더러,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사안이 아닌 재단 내부의 문제다.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된 사학법 때문에 현재까지 문제가 된 일도 없다.

사학법을 위한 것인지, 사학의 이권을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나라당의 집념은 지겹도록 질기다.

일부에서는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을 얻기 위해 부동산관련법의 발목을 잡고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이것은 민생을 인질로 잡아 정략적 이익을 얻고자하는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사학이라는 형님을 위해 '깍두기 머리'들이 나선 격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삭발은 힘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시위수단이라기보다는 조폭들의 행동양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국회의사당에는 하이닉스공장 증설을 요구하며 삭발한 이규택 의원까지 포함해서 한나라당 의원 4명이 삭발한 채 양복을 입고 나타나게 됐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만 보면 좋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의 모습이 면바지를 입고 국회에 나타났다고 그렇게 빈축을 샀던 유시민 의원의 모습보다 더 품위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