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백
물무산 여명 밝아 오면
육일정에 봄빛이 붉게 번지네
궁사들은 풀 섶 이슬 적시며
아흔셋 계단층을 밟는다
사인(射人)은 활을 잡고 사대(射帶)에 올라
허리에 찬 다섯발의 화살에서
초시를 선뜻 뽑아 시위에 오늬를 메긴다
과녁을 쏘아보는 눈빛은 빛나고
물기의 염원을 싣고 시위을 당긴다
줌손은 태산을 밀듯 앞으로 뻗고
범 꼬리를 당기듯 각지 손을 땐 다
나는 화살은 바람결을 가르는데
과녁 터지는 소리
사위(四圍)가 잠을 깬 다
숲에서 수꿩이 놀래 울고
꽃구름 속 산새가 나래를 편 다
사인은 구름보다 더 높은
이상의 과녁을 향하여
멀리 푸른 하늘에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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