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도서관 학부모독서회 - 근대역사 문학기행을 다녀와서
■ 공공도서관 학부모독서회 - 근대역사 문학기행을 다녀와서
  • 영광21
  • 승인 2012.10.2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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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교육지원청이 영광공공도서관 학부모독서회와 도서관 이용자를 대상으로 문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학부모독서회 문학기행>을 지난 6일 다녀왔다.
이번 문학기행에는 학부모독서회 회원 및 도서관 이용자 40명과 함께 전북 군산시에 있는 채만식문학관, 금강철새조망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진포해양테마공원, 일본식 가옥을 둘러보며 근대역사의 중심도시인 군산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여행에 함께 한 학부모독서회 이영실 회원과 잎싹 학부모 독서회 안은경 회원의 기행문을 2회에 걸쳐 게제한다. / 편집자 주

 

사색여행

이영실 / 학부모독서회 회원

물안개가 엷게 띤 아침이었다. 여느 때 같으면 여행의 시작과 끝이 가족과 함께 했는데 군산은 가족동행이 아닌 나 혼자서만 가는 사색여행이었다.

20여 년 전의 발랄함을 선물한 특별한 시간여행이다.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내게 스펀지처럼 달걀찜을 해 주신 짝꿍의 따뜻한 밥상을 받고 사색四色의 빛깔을 보러, 사색思索의 시간을 찾아 집을 나섰다.

도서관에 도착했을 무렵 가는 빗줄기는 우산을 더 준비해야하나 하는 마음 바쁨으로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이면 대개의 가정은 여느 요일보다 여유가 있다. 마음도 넉넉하게 하는 본연의 주말인데 가을비가 이어졌다. 우리의 마음을 알았을까. 시험이라도 한 듯 어디에서부터 멈췄는지 모르게 따뜻한 가을볕을 선물했다.

선생님의 흥겨운 진행에 이어 노래 대항은 좌우 열띤 응원과 재치로 끝이 없을 만큼 이어졌다. 낭랑한 아이의 동요에서 구수한 회장님의 맛갈진 가락은 저절로 흥을 돋아 주었다. 관장님의 동행은 일행에게 어려움보다는 포근함으로 문학기행에 대한 설렘과 행복으로 함께 했다.

첫 번째 사진을 고마운 사람들과 찍고 채만식문학관에 발을 디뎠다. 문화해설사의 차분한 설명은 소설 속의 인물과 백릉 채만식의 이야기를 아이들도 귀를 기울려 듣게 했다.
작품속의 인물과 과거 우리의 역사속 어르신들과 시간여행을 하면서 짧은 철길을 더벅더벅 밟으며 철새를 만나러 갔다.

가을의 풍요를 군산에서 만나니 남달랐다. 금강철새조망대에서 바라다 본 평야는 군산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넓은 마음을 갖게 하는 확트인 전경이라 나도 초등학생이 돼 환한 웃음을 연신 지었다.

잔디밭을 밟으며 들어선 식당, 작은 종이 매달려 있는 현관, 어른들의 추억에 대해 아이들은 그저 신기함이다. 어른들은 아슴한 기억을 추스르는 학교 종소리를 들으며, 주인의 푸짐한 인심에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여행길을 나선다.

우리 민족의 아픔이 있는 군산, 문학과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 군산에서 만난 역사의 슬픔은 근대역사박물관에서 살아 꿈틀대는 애국심을 느껴본다.

전시물을 보기에 앞서 먼저 봤던 짧은 연극은 감정이입이 되어 여기저기서 소리없는 눈물을 닦아낸다. 지금도 그 핏빛 붉은 함성은 가슴을 뛰게 만든다.

이렇듯 역사속의 앙숙인 그들의 휴식은 양면성을 갖고 있었다. 일본의 잔재가 남은 정원을 보고 가옥을 보고 또다시 생각에 잠긴다. 정갈함 만큼이나 역사관도 정갈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느새 정원 앞에 있는 편편한 돌 위에서 디딤돌 놀이를 한다. 그리고 추억을 얹어 놓는다. 노는 것도 모두가 사랑스럽다.

아이들이 밟던 디딤돌, 80여년 전에 밟았던 우리 조상과 일본인들의 발자국은 교훈이다. 또 다시 내일 밟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새김돌이 될 것이다. 신흥동을 떠나면서 예쁜 선생님의 배려로 특별히 맛보게 된 단팥빵은 역사의 고통과 민족의 아픔이 철없는 미각을 자극하는 나에겐 계륵이 되었다.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한 가을 문학기행을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