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월도 주민들의 생계를 수세기 동안 뒷바라지했던 전통어선 ‘중선’의 유산을 기념하고 섬 문화의 가치를 기리는 기념비가 한세대가 지나 모습을 드러냈다.
낙월도 새우잡이용 전통어선을 기리는 중선 기념비 제막식이 지난 13일 낙월면 상낙월도 중선기념공원 현지에서 상낙월도주민회(대표 상낙월도 김영준 이장)와 낙월도 역사자료보존회(회장 최종민) 주관으로 열렸다
한국섬진흥원 조성환 원장과 전남도, 영광군, 주민, 향우회200여명이 함께해 축하했다.
중선은 돛대와 노가 없어 자체적으로 움직이지 못하지만 서해안 어업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전통어선이다.
길이 12~15m, 폭 4~6m, 무게 10~15t 규모로 조선시대 기록집 <일성록>(1748년)에도 언급된 오랜 역사를 지닌 배다. 우리나라 마지막 전통 한선韓船으로도 알려져 있다.
중선어업을 통해 낙월도는 18세기부터 전국 새우젓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요 생산지로 번성했다.

그러나 기계화된 현대어업의 도래로 1990년대 초반까지 90여척에 달했던 중선은 1995년 해선망 어업구조 조정에 따라 모두 사라지면서 300여년의 발자취는 역사로 남게 됐다.
이에 낙월도 주민들이 중선의 역사 의미를 되살리고 후대에 그 가치를 전하기 위해 기념비 건립을 추진했다.
<중선, 세평담에서 꽃으로 피다>라는 주제로 제작된 기념비는 사라진 중선의 역사성과 섬 주민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념비 이름도 ‘중선 세평담‘으로 가로 400㎝, 세로 300㎝ 크기다.
기념비에는 중선의 형태를 형상화한 부조가 새겨졌다. 역사 흐름 속에서 사라졌지만 다시 섬으로 돌아오는 중선의 역동성이 표현돼 있다. 또 중선과 관련된 주요 역사 기록과 사진이 포함된 안내문을 통해 중선의 의미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최종민(위쪽 사진 제일 오른쪽) 역사자료보존회장은 “중선이 폐선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기념비를 세우는 것은 역사유물 보존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선조들의 전통을 익히고 배워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막식에 참석한 오미화 도의원은 “중선 기념비 제막은 섬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온 어민들의 땀과 희생이 담긴 마을의 기억과도 같은 상징으로 매우 뜻깊게 느껴진다”며 “제막식이 섬 고유의 어로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