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리는 대부분이 살면서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로부터 보증 부탁을 받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마음고생을 한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른바 '금융연좌제'라고 불리는 연대보증에 따른 부담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주변에서 아니면 본인이 보증이라는 덫에 걸려 막대한 재산피해는 물론이고 정신적 고통을 당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보아왔고, 심한 경우에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패가망신한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아왔다.
특히 외환위기가 그 위세를 떨쳤던 10년전 자칫 보증 한번 잘못 섰다가 개인파산에 내몰리고 가정이 무너져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아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다 떼였을 땐 흔히 '돈 잃고 친구 잃는다'고 푸념한다. 그러나 연대보증이 잘못되면 돈과 친구는 물론 신용까지 한꺼번에 잃어버려 돌이킬 수 없는 낭패를 당해 자신의 인생 자체가 휘청거리게 된다.
그와 반대로 대출을 받아 어려운 사정을 타개하기 위해 어렵사리 금융기관에 선을 댄 사람이 자격요건을 갖춘 마땅한 보증인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연대보증제는 정이 많고 유난히 혈연과 지연에 집착하는 우리 사회 특유의 인간관계에 바탕을 둔 제도로서 대출자나 보증인 모두에게 상당히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연대보증제라는 것은 대출에 의한 이자소득은 고스란히 통째로 금융기관이 챙기고, 부실위험에 따른 손실은 몽땅 고객이 떠맡는 아주 후진적인 금융관행이라고 꼬집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보증액은 180조원이 넘고, 보증인수는 334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우리와 같은 이런 식의 연대보증은 아예 없다. 우리의 본보기였던 이웃 일본도 우리처럼 대출자가 사람을 내세우는 보증인 제도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낡은 금융관행을 없애는데 국내 한 은행이 앞장섰다. 기업은행은 8월부터 제3자에게 채무상환을 책임지도록 규정한 연대보증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연대보증제 대신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조건에 차등을 두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고객이 대출받기 어려워지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보증 전담 금융회사를 활성화시키는 방법 등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거나 불가피한 경우 예외로 인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운용의 묘를 살리면 문제점을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대보증은 보증인이 채무자와 연대해 채무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는 보증으로 보통 보증인과는 달리 연대보증인은 최고(상대편에게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독촉하는 통지를 하는 일)와 검색(범죄나 사건을 밝히기 위한 단서나 증거를 찾기 위하여 살펴 조사함)에 대한 항변권이 없다. 이를테면 조화롭지 못한 불평등 제도인 것이다.
금융기관에서는 항상 '고객을 왕으로 모신다'고 사탕발림을 한다. 이제는 그런 공염불은 그만두고 이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인 연대보증을 이번 기회에 폐지할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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