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독자들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결과가 나와 이미 당선자가 가려진 후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필자가 이렇게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번 선거가 워낙 기이한 양상으로 전개되어 선거가 끝나도 ‘끝나지 않은 선거’로 남을 소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아무튼 이번 대선은 여러 면에서 대단히 희한한 양상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명박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일찌감치 ‘외로운 독주’를 계속했다. 이것은 그야말로 한국의 정치사에서 초유의 일이다.
숱한 의혹과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가 독주를 계속한 이유는 국민들이 경제라는 마법에 걸린 탓이다. 아마도 80%를 넘는 대다수 시민들이 경제성장을 최고의 목표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경제의 문제는 결코 성장의 정체에 있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특히 참여정부 5년 동안, 한국 경제는 고성장을 거듭했다. 무역규모는 무려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고성장 속의 양극화와 생태위기’로 요약할 수 있다. 재벌을 대표로 하는 소수의 특권층과 부유층이 경제성장을 강조한다면, 다수의 중산층, 서민층, 빈곤층은 복지의 증진을 강조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한 이론이 통하지 않고 있다. ‘경제주의의 지배’가 강화되면서 만인의 투쟁이라는 난민사회의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 경제주의, 성장주의, 개발주의, 지역주의, 남성주의, 재벌국가, 토건국가, 투기사회, 학벌사회, 부패사회 등의 여러 문제들로 고통받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선진화’의 과정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복지주의, 생태주의를 널리 확산하고, 그 결과 우리는 ‘생태적 복지사회’를 이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길은 아직도 잘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 길은 지금 여기서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대선에서 후보에 못지않게 공약에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공약은 후보의 소신과 능력을 정리해서 시민에게 공적으로 제시하고 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시민의 손으로 좋은 후보, 좋은 지도자를 만드는 출발이다. 엉터리 공약, 부실한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는 나쁜 물건을 좋은 물건이라고 선전하는 사기꾼과 같다. 이런 자는 나라를 사기와 부패의 나락으로 빠뜨리고 말 것이다.
역사의 변화는 장기적인 진퇴의 과정이다. 역사가 계속된다는 것을 믿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후손을 생각하면서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키워야 할 것이다. 보다 나은 민주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선진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2007년 대선은 이제 막을 내렸지만, 이미 엄청난 상실감과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숱하게 많은 과제를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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