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수정을 지시한 주요내용은 ‘8ㆍ15광복과 연합군의 승리를 부정적으로 기술한 부분, 분단의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한 부분,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한 부분과 북한 정권의 실상을 달리 서술한 부분’ 등이다. 이에 대해 집필자들은 검인정 교과서 심의를 통해 이미 사용 중인 교과서를 정권이 바뀌었다 해서 수정하라는 것은 부당하다 반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의 수정지시는 다양한 시각을 인정해야 할 교과서 검인정 제도의 기본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일고 있는 역사교과서 논쟁은 역사학자 개인의 학술논문이 아닌 학생들의 교과서란 점에서 내용이 좌편향 되어 있다면 하루 속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정체성이나 국민의 보편적 가치를 굴절시키고 있다면 언제라도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
문제는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내용이 좌편향인가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진단이다. 이 점에서 전문가 집단, 즉 정치적 색채를 벗어난 가치중립적인 역사학자들의 역할이 필요하고 기대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종교단체나 경제단체,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여론으로 밀어붙이거나 정치권과 정부부처가 행정력을 동원해 윽박지르듯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냉정을 찾아야 한다. 사회적이고 국민적인 현안들에 대해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분노에 찬 집단의 목소리만 커진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정도를 잃게 된다. 역사교과서 수정문제로 촉발된 사회적 논란이 엉뚱하게 교육 외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게 되어야 함에도 물론 조심해야 한다.
최근 이명박 정권이 하는 짓거리를 보고 있자면 모르쇠인지 바보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일단 자신들이 내놓은 주장에 대해서는 일체의 논의를 거부하며 마치 그것이 최선인 양 관철시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교육문제와 북한문제에 있어서는 그 도가 지나친 감을 지울 수 없다. 한편으로 보면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바보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보면 모든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며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모르쇠 같기도 하다.
바보이든 모르쇠이든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하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바보일 경우보다 훨씬 무서운 쪽은 모르쇠일 경우이다. 바보는 어느 순간에 일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면 고치려고 하지만 모르쇠는 모든 일이 그리 될 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며 자신의 주장대로 끌고 왔기 때문에 일이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억지를 부리며 끝내는 난동을 부리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모르쇠의 냄새를 풍기고 있어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제발 잘 되어야 할 텐데…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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